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부활의 날개를 폈다. 한때 경영 위기에 빠져 군함 등 특수선 중심으로 수주했지만, 최근 사주가 바뀌면서 친환경 상선 위주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친환경 기술 개발을 시작으로 수소와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선박 기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NG 컨테이너선 수주 ‘잭팟’
29일 오후 부산 영도구 HJ중공업 공장. 철재를 들여 가공을 거치는, 선박 건조 공정의 첫 단계인 선각 공장에서 활기찬 용접 소리가 들렸다. 우천으로 외부 작업을 중단한 날이었지만 내부에서는 철강 가공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유럽 선사로부터 대규모 수주에 성공해 사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선박 시장이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수주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HJ중공업은 지난해 8월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한진중공업 지분 66.85%를 사들이면서 사명을 바꿨다. 2019년 이후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았으나, 최근 사주가 바뀐 뒤부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군함 등 특수 관공선 중심의 사업을 친환경 상선으로 개편하고 성장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부터 친환경 상선의 대형 계약을 잇달아 따냈다.
HJ중공업은 지난해 말께 유럽 선사와 55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LNG 추진선 4척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도 계약 행진을 이어가 총 8척, 897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최근에는 7700TEU급 발주를 얻은 데다, 유럽 선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향후 수주전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기술로 무장
HJ중공업은 이미 2년 전부터 LNG 등 친환경 연료를 기반으로 한 상선 추진 기술 개발 작업과 설계 반영 작업을 추진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 규제가 강해짐에 따라, 선박의 오염원을 제거하는 방식 대신 친환경 연료인 LNG를 활용하는 기술을 선택했다. 선박 발전과 엔진 추진을 동시에 하면서도 화물 적재를 최적화하는 방안을 설계에 반영했다. HJ중공업은 최근 영국의 LR선급으로부터 기본설계 승인을 획득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HJ중공업이 개발한 LNG 이중연료 추진 7700TEU급 컨테이너선은 전장 272m, 운항 속도 22노트로 최신 선형 기술을 적용해 높은 연료 효율을 확보했으며, 컨테이너 적재량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친환경 연료에 관한 정의가 선사마다 달라 다양한 연료 추진 체계를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도 경쟁력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HJ중공업은 최근 계약한 7700TEU급 상선에 대해 LNG 연료 사용은 물론 메탄올 연료로 설계 변경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또 다른 유럽의 한 선사와는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추진 상선 개발에 관한 계약을 추진 중이다.
김보언 HJ중공업 기술영업팀장은 “시장이 열리는 단계인 LNG와 LPG는 이미 기술 개발을 완료한 단계이며, 향후 수소 추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대 등과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