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주'라고 1억원 가까이 투자했는데 손실이 너무 큽니다."
요즘 현대제철 주주들 분위기가 심상찮다.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극도로 저평가받는 만큼 반등을 노리고 사들였다는 주주가 많다. 하지만 이 회사 주식은 1년 새 50% 가까이 하락했다.
반등은커녕 '만년 저평가주'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 성장 여력에 대한 전망은 밝지 못하다. 증권사들도 이 회사 목표가를 깎는 등 외부 평가도 나빠졌다.
영업익 전망 2조7289억...주가는 내리막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보다 11.5% 늘어난 2조7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실적 기대치는 높지만 주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PBR과 PER(12개월 선행 실적 기준)은 각각 0.25배, 2.78배에 머물렀다.PBR의 경우 다른 철강업체인 포스코홀딩스(0.4배), 동국제강(0.49배) 수준을 밑돈다. PER도 포스코홀딩스(3.89배)를 비롯해 철강업종(4.13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와 저렴한 주가에 끌려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주주들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1년 새 곤두박질쳤다. 현대제철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만3400원에 마감했다. 작년 장중 최고가(2021년 5월14일·6만3000원)와 비교해 47.0% 내려갔다. 앞으로 주가 전망도 밝지 않다. 이달 들어 현대차증권이 이 회사 목표주가를 5만8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기존 목표가 6만8000원)과 BNK증권(6만5000원)도 이 회사 목표가를 모두 6만원대에서 5만5000원으로 내렸다.
전기료 인상...수백억 비용부담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지만, 기업가치는 극도로 저평가받는 것은 미래가 밝지 않다는 관측에서다. 실적이 고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기가 하반기 들어 꺾이면서 철강 수요가 줄고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대신증권은 현대제철의 열연강판·냉연강판·도금강판·후판 등 철강판재류 평균판매가격이 올 2분기 t당 128만1000원에서 3분기에 125만400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철근·형강 등의 봉형강 제품 평균판매가도 2분기 t당 137만5000원에서 3분기에 131만9000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전기료 인상으로 영업이익을 갉아 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한국전력은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을 kWh당 5원 인상한다. 연간 전기료로 1조원가량을 쓰는 현대제철은 요금 인상으로 생산비가 올해 수백억원가량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치솟는 것도 주가를 갉아 먹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함께 국내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기업은 탄소배출량이 정부로부터 받은 무상 할당량보다 많을 경우 초과분만큼 배출권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 탄소 규제가 강화된 만큼 수요가 늘어난 탄소배출권 가격도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행도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탄소배출권 가격이 치솟는 등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1차 금속 업종 상장사(철강·비철 업체 등) 주가가 앞으로 1년 동안 19.4%가량 빠질 것으로 봤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며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사장실을 60일 가까이 점거하는 등 회사 안팎이 뒤숭숭한 것도 주가에 부정적 재료로 작용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