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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산이지만 마음대로 안된다 : 특별수익과 유류분[LAW 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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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6월 29일 14: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 재산이니까 당연히 내 뜻대로 처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나의 상속인들과 관련해서는 착각일 수 있다. 내가 죽은 뒤의 내 재산은 이미 내 재산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누가 나의 상속인이 될 것인지, 각각의 상속분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법에 정해져 있고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그런데 참고로 일본의 경우에는 유언으로 상속분 자체를 지정할 수 있고, 예를 들어 나에게 중대한 모욕을 한 등의 상속인에 대해서는 법원에 상속자격을 박탈(폐제)해 달라는 신청을 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어떤 상속인에게 재산의 일부를 증여해 주었더라도 그것은 상속을 미리 해 준 것으로 볼 뿐이고 상속분에 더해서 추가로 준 것으로 보지 않는다(이때 미리 준 재산을 특별수익이라고 하고, 이렇게 상속분의 선급으로 처리하는 것을 특별수익의 조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내가 상속분에 더해서 추로 준다는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추가로 준 것으로 취급한다(이렇게 상속분 외에 더 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을 조정의 면제라고 한다).

또한 내가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의 전부 또는 거의 대부분을 증여해 주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로 인하여 상속을 받지 못하거나 조금밖에 받지 못하는 다른 상속인들은 본래 상속분의 절반(배우자와 직계비속의 경우)까지는 보장을 받을 수 있다(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즉 혼자 많이 받아간 상속인은 본래 상속분의 절반도 받지 못한 다른 상속인들에게 그 절반까지는 토해내야 한다. 위에서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특별수익 조정의 면제를 허용한다고 했는데, 그렇더라도 유류분을 침해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다.

한편 중세에 영국에서 발원하여 현재 전세계적으로 이용되는 신탁이나, 아니면 생명보험 같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위와 같은 규율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상속분 자체를 다른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넘겨주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판단이 작년 대법원에서 내려졌다.

사안은, 먼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명의의 아파트를 상속인들 사이에 분할하기 전에 어머니가 자신의 상속분을 자녀 중 한명(자녀1)에게 무상으로 넘겨준 뒤, 이를 기초로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심판 절차를 거쳐서 위 아파트를 분할하였는데(자녀1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정산금을 나누어 줌), 그 사이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그러자 다른 자녀(자녀2)가 자녀 1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한 것이다. 자녀2의 주장은, 어머니가 자신의 상속분을 무상으로 자녀1에게 넘겨준 것을 그대로 인정한 전제에서 아파트를 분할한 것은 잘못이다, 어머니의 상속분 중에는 자녀2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을 자녀1이 자녀2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자녀2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6다210498 판결). 상속분 자체를 다른 상속인에게 넘겨주는 방법으로도 유류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나의 재산일지라도 내가 죽은 뒤 상속인들 사이에 어떻게 분배될지에 관해서는 나의 처분의 자유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특히 특별수익 조정의 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내가 생전에 재산 일부를 특정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상속분 외에 추가로 주고자 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의 문제이다.

물론 대법원도 예외적으로는 특별수익 조정의 면제를 인정하는 것과 유사한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즉, 망인이 타계하기 몇 년 전에 자신의 부동산을 처에게 모두 증여해 주었는데, 이에 대하여 자녀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되어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ㆍ유지하고 자녀들에 대한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온 경우, 그 생전 증여에는 위와 같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의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위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보아 생존배우자에게 본래의 상속분을 넘는 금액을 인정해 주었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그렇지만 본래 상속분을 넘는 금액을 인정해 주는 것이 타당한 경우가 위와 같은 경우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진전되고 연금재정이 악화되어 가는 환경에서 길어진 노후를 각자에게 감당시키기 위해서는 자산처분의 가능폭을 좀더 넓혀줌이 좋지 않을까. 본래 특별수익의 조정 면제를 인정하고 있던 일본 민법이 2018년 개정 시에 한발 더 나아가, 혼인 기간 20년 이상인 부부 사이에 거주용 건물 또는 부지를 증여한 때에는 특별수익 조정 면제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새로 추가한 점도 눈여겨볼 일이다.

정리=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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