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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개발지 확보' 후유증 걱정하는 디벨로퍼 업계[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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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사업지 고가 확보'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개발 예정지 가격은 치솟고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은 따냈지만, 분양 때 시장이 좋지 않아 큰 손실을 보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들어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사와 협력사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철근콘크리트(철콘) 업체들이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보이콧(공사 중단)을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가 20%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게다가 올 초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영향으로 안전 인력과 시스템 구축에 큰 비용이 든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입니다. 건설 현장 인력을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 추세입니다. 한번 오른 공사비가 다시 원상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벨로퍼'로 불리는 부동산 개발업체는 일반적으로 도심에서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을 개발합니다. 또 공공택지에서도 주상복합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의 사업을 추진합니다. 호남권 중견 건설사가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낙찰받는 것과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공공택지에서 '벌떼 입찰'이 기승을 부리자 정부는 2016년부터 공동주택 용지에 대해 `3년간 300가구 이상의 주택건설실적과 일정 수준 시공 능력이 있는 건설사‘에만 1순위 청약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공주택 용지 낙찰의 문턱을 높였습니다. 지난해에는 공공택지공급 입찰에 참여하는 주택건설사업자의 '임대주택 건설계획', '이익공유 정도' 등을 평가하는 경쟁방식의 토지공급제도를 본격 시행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디벨로퍼가 택지지구에서 아파트 용지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디벨로퍼를 중심으로 도심 내 주상복합 용지나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는 택지지구 내 지원시설 용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최근 경기도 내 한 지원시설 용지는 예정가의 4배에 가까운 금액에 낙찰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서울 여의도 금융가에서 부동산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물론 입지가 좋은 사업지는 다르겠습니다만 개발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수도권 오피스텔 분양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입니다.

지난해 이후 고가로 사업지를 확보한 디벨로퍼가 자금 조달이나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복합불황 상태에 접어들 조짐입니다. 한 개발업체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전 고가로 땅을 산 개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금 조달 실패, 시공사 선정 난항 등 전반적인 개발 생태계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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