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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수도권 규제 혁파가 개혁의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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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월 16일에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하면서 ‘규제혁파·기업활력 제고’를 첫 번째 과제로 내놓았다. 대통령은 6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발목을 잡는 이권 카르텔과 부당한 지대추구 폐습을 없애야”라고 과감한 선언을 했다. 며칠 뒤 경제부총리가 “내달 중 규제완화 첫 성과물을 내놓겠다”고 했다.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실패를 윤석열 정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규제개혁에는 네 가지 차원이 있다. 첫째, 기존 규제 합리화다. 불량 규제를 철폐, 완화, 개선, 대안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문제는 법령 변경만으로 과연 제도가 합리화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워낙에 촘촘하게 규제의 덫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관료들이 순응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얼렁뚱땅 원상복구된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그래왔다. 전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대실패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둘째, 규제 신설 억제다. 21대 국회에서 제·개정한 법률은 2890개에 달한다. 그중 80~90%가 규제 강화 내지는 신설이다. 끔찍할 정도로 많은 규제가 새롭게 만들어져 국민을 차갑게 옥죄고 있다. 게다가 나라의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역량이 너무 낮다. 사건사고 후에는 대개 규제가 대책이란다. 규제가 없어서, 벌칙이 미약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투다. 우리 사회의 신뢰가 낮아 이런 억지들이 통한다. 그 결과 피상적으로나마 규제혁신을 외쳤던 전 정부에서도 5798건의 규제가 신설됐다.

셋째, 덩어리 규제 혁파다. 덩어리 규제란 여러 부처의 다양한 규제망이다. 수도권, 교육, 노동, 중소기업 보호 규제 등이 대표적인 덩어리 규제다. 덩어리 규제 혁파는 대통령의 아젠다다. 대통령만이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다양한 기득권이 덩어리 규제를 축으로 해 겹겹이 형성돼 있어 노련하고 강력하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차원에서 복잡한 고차원 연립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필자는 수도권 규제가 열쇠이자 승부처라고 생각한다.

수도권은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피와 땀으로 구축한 경제, 사회, 과학기술, 문화, 즐거움의 집합체다. 현대 문명의 가장 소중한 자원이자 중심이 됐다. 여기에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최고의 과학자와 기업가, 셀럽들이 연구하고 토론하고 교류하는 인류의 명소로 가꿔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이런 방향으로 조율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흡족해하도록 노동, 교육, 중소기업 규제를 혁파하면 된다.

넷째, 리스크 관리 규제의 수립이다. 규제를 다른 각도로 보면 국가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단이다. 개인정보 보호, 생명바이오 규제, 클라우드 활용 규제, 공유 플랫폼 규제 등이 그 예다. 리스크를 두려워해 규제를 과도하게 쓰면, 아이디어의 창발과 기업가정신의 고양을 방해하고 과학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한국은 이 리스크 관리 규제로 비롯된 통제가 상당히 견고하고 높아서 과학기술 연구와 4차 산업혁명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동시에 없는 유일무이한 나라이면서 카카오택시만을 보유하게 됐다. 많은 선진국은 리스크 관리 규제를 탁월하고 창의적으로 설계하는 경쟁을 하고 있다. 그들은 스마트하고 우리는 단순 과격한 것이다.

규제 개혁 성공 경험이 없고, 사회의 신뢰 수준이 낮고, 관료제의 권한이 무소불위이며, 정치가 과잉인 제약조건 아래에서 우리가 규제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쉽지 않음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필자 나름대로는 ‘동반 및 후행규제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한다. 방임한다는 걱정이 들 정도로 규제 수준을 낮추고 정부는 센싱과 모니터링, 정보 생산 및 제공에 주력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미리 준비하는 섬세한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정보를 잘 정리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리스크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제도를 훼손하면 엄중한 사후 처벌을 한다. 이런 동반 및 후행 규제 개혁 패키지로 국민의 보다 성숙한 자율적 판단과 자기 계발 및 혁신 노력을 북돋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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