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첫 해외 출장에 나서는 소감을 밝혔다. 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취재진 앞에 섰지만 평소와 달리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마드리드에 도착하기 약 두시간 전 기자들을 찾았다. 좁은 통로를 오가며 한사람 한사람과 눈을 맞추면서 악수를 나눴다. 여러 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어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정식 회견을 하지 않았지만, 가벼운 질문엔 멈춰 서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일정이 많은데 준비를 잘 하셨느냐’고 묻자 “나토동맹국과 파트너 회담만 한 2시간 반정도 되고 나머지는 다자회담이 짧게 짧게 있어서 길게는 못한다”며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들이나 서로 확인한 후 다음에 다시 또 보자, 그런 정도가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첫 해외 출장 마음가짐을 묻는 질문엔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겠냐”며 “힘은 안드냐”, “좀 쉬셨냐”고 되레 물어봤다. 대통령 취임 후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 나서는 상황이지만 긴장된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기내에서 좀 쉬셨냐’는 질문을 받고 “프리미어 축구하고 저 유로컵 있지 않아요, 그거 좀 보고 책도 좀 봤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기내에서 정상회담 자료를 챙겨보면서 참모들과 얘기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는 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등장했다. ‘여사님은 어디 계시냐’는 질문을 받자 윤 대통령은 “옷을 아까 입던데…”라며 VIP 객석에 있는 김 여사를 직접 데리고 왔다. 김 여사는 출국 당시처럼 베이지색이 감도는 흰색 원피스 정장을 입고 왼쪽 가슴엔 금색 브로치를 착용했다. 김 여사는 소감이나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살짝 웃기만 할 뿐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이 웃으며 “말씀 하시지”라고 권하자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김 여사가 취재진 앞에서 공식 인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약식 간담회는 약 11분간 진행됐다.
스페인에 도착하자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왔다. 하비에르 살리도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박성훈 주스페인대사가 영접했다.
윤 대통령은 28일부터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첫 일정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NATO 출장 기간 한·미·일 정상회담을 포함 14건 이상의 외교 행사를 소화할 계획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