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계 친분 캐스팅 관행을 드러낸 '옥장판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26일 뮤지컬계와 김호영 소속사 피엘케이굿프렌즈에 따르면 옥장판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인 옥주현과 김호영이 전일 전화로 오해를 푼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벳 주연 캐스팅 공개 이후 소셜미디어(SNS) 설전과 고소전,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의 성명 발표, 다른 배우들의 성명 동참으로 커지던 사태가 진정세로 돌아섰다.
당장의 갈등은 해소됐지만, 뮤지컬계 스타 배우의 입김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 22일 박칼린·남경주·최정원 등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은 성명서를 통해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배우가 캐스팅을 비롯한 제작 전반에 개입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입김 논란이 불거지며 뮤지컬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발언도 주목받았다. 2015년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옥주현은 "(엘리자벳 제작사에서 캐스팅을) 저한테 다 물어본 적이 있다. 이지훈은 죽음 역(신성록 분)에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엘리자벳 삼연에서 제작사가 이지훈, 신성록에게 배역을 제안했는데, 이 과정에 제작사가 옥주현에게 배역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는 것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배우의 입김이 커진 것은 관객들이 선호하는 배우에 따라 작품 관람을 결정하고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팬덤 중심 성장의 결과로 풀이된다. 2020년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실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통한 뮤지컬 소비 특징'에 따르면 2018년 1∼9월 인터파크에서 동일한 뮤지컬을 3회 이상 예매한 관객은 3만8000여명, 전체의 약 6%로 집계됐다.
이들은 이른바 '회전문 관객'으로 불리는데, 한 사람이 같은 공연을 120번 관람한 사례도 있다. 일부 팬덤이 뮤지컬 흥행을 좌우하는 영향력을 가진 셈이다. 논문은 "한국 뮤지컬 시장은 다양한 관객층이 진입하며 작품 완성도를 중심으로 천천히 성장해 온 것이 아니라 좁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스타들의 팬덤에 의지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작품이 흥행하려면 제작사가 스타 배우를 모셔 오고 이들의 입맛에 맞춰 작품을 만드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출연료 상승으로 뮤지컬 제작 비용이 커지는 문제로도 이어졌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