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등록금 규제를 풀고, 재정 지원 방식을 ‘선(先)지원-후(後)성과 관리’ 방식으로 바꾸는 등 규제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재정지원 확대를 포함한 대학 종합지원방안을 연내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교육부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책을 발표한 데 대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등록금 자율화 소식이다. 2008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나온 ‘반값 등록금’ 정책이 14년간 교육 현장에 어떤 폐해를 끼쳤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학등록금 동결이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리면서 한국 대학의 재정 상황은 위기로 몰렸고, 국제 경쟁력은 급락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초·중·고교보다 떨어지는 유일한 나라이고, 대학 경쟁력은 세계 주요국 64개국 중 최하위 수준(47위·2021년 기준)으로 미끄러졌다. 등록금이 묶여 있는 동안 교수 급여 수준도 완전히 하향 평준화돼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연구 수준이나 국제화 정도, 취업률과 산학 연계 성취도 등에서 세계적으로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는 대학 사회의 자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교육부가 뒤늦게 대학 정상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당장 등록금 자율화만 해도 ‘벚꽃 피는 순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대학 사회의 위기감을 감안했을 때 오래 끌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급등하는 물가상황이나 학생·학부모 부담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등록금 문제에 개입할 경우 한발짝도 떼지 못하고 좌초할 수도 있다. 교육당국이 장단기 로드맵을 갖고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만 야기한 채 용두사미로 끝날까 두렵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도 국가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전향적인 방안을 강구할 만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20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이다. 대학 스스로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등록금 인상이나 재정지원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다. 이런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해야 할 교육부에 대한 개혁이 선행돼야 함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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