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무장갑은 애써 공들인 인테리어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이어야 할까. 세제 용기가 초록색과 주황색 일색인 이유는 무엇일까. 고정관념을 깨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생활용품을 잇달아 선보여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생활용품 스타트업 생활공작소는 욕실·주방용품, 세제 등 100여 가지 생활용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직관적인 한글 제품명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앞세워 사업 실적이 매년 두 배씩 고속 성장하고 있다. 2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지선 생활공작소 대표는 “가격, 성분,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에서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출발한 생활공작소는 ‘합리적 소비를 위한 미니멀리즘’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가격, 성분, 디자인 등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소비자 친화 마케팅이 이 업체의 핵심 사업 전략이다.
우선 디자인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임직원의 실제 경험을 제품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게 그 일환이다. 인테리어 분위기와 이질적인 빨간 원색의 고무장갑부터 세제 용기에 이름이 너무 작거나 어렵게 표시된 탓에 불편했던 사례까지 다양한 경험이 공유됐다. 이런 의견이 모여 만들어진 생활공작소 제품은 대부분 색상을 검은색과 흰색만 사용해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제품명 등 꼭 필요한 요소만 넣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디자인에 매료된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SNS에 생활공작소의 제품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누적 판매량 2000만 개를 돌파한 ‘습기를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제습제가 좋은 예다. 제습제 업계에선 보기 힘들던 흑백의 심플한 상품 패키지만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데 충분했다. 핸드워시와 고무장갑의 누적 판매량도 올 5월 기준 각각 900만 개와 700만 켤레를 돌파했다.
생활공작소는 대기업이 선점한 오프라인 시장 대신 온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기본 기능에 충실한 원료 및 함량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생활공작소 매출은 35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90% 이상은 온라인 판매로 얻은 실적이다.
올 2월에는 미국 아마존에 공식 입점하는 등 세계 11개국에도 온·오프라인 형태로 진출했다. 세련된 그레이·베이지 색상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게 해 줄게’ 라텍스 고무장갑(사진)이 해외 시장에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해외 판매 제품에도 한글 표기를 그대로 유지한 디자인이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3월에는 CJ온스타일과 IMM인베스트먼트, 에이벤처스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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