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계에서 특정 스타 배우의 ‘인맥 캐스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간 고소전으로 번지면서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이 단체로 성명서를 내는 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23일 공연계에 따르면 박칼린·최정원·남경주 등 이른바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은 전날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된다”고 했다. 이들은 스태프와 제작사에 대해서도 “스태프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세대 배우들이 이런 성명을 낸 건 오는 8월 개막하는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을 둘러싼 캐스팅 논란 때문이다. 작품 캐스팅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14일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본인의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란 글을 올렸다. 배우 이지혜 등 옥씨와 친분 있는 배우들이 이 작품에 캐스팅된 것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각에서 나왔다. 이씨는 옥씨와 같은 소속사다. 그러자 옥씨가 김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업계에선 특정 배우 출연으로 작품의 흥행 여부가 결정되는 국내 뮤지컬 산업의 병폐가 곪아터진 것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몇몇 스타 배우들이 티켓파워를 앞세워 캐스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세대 배우들은 성명서에서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선아, 신영숙, 차지연, 김소현, 정성화, 최재림 등 뮤지컬계 유명 배우들도 SNS 등을 통해 지지를 표현했다.
제작사 측은 이른바 ‘인맥 캐스팅’ 의혹에 선을 그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라이선스 뮤지컬 특성상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해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의 삶을 그린 뮤지컬이다. 1992년 초연해 오스트리아, 독일,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상연됐다. 국내에선 2012년 처음 공연해 인기를 끌었고 이번이 다섯번째 시즌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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