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는 여러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합주를 뜻하지만, 본래는 고대 극장 무대 앞의 원형 또는 반원형 ‘공간’을 의미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공간을 뜻하는 말이 점차 합주곡이라는 음악 자체를 뜻하는 말이 된 것이다.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요즘 오케스트라의 어원은 오늘날 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 기술 개발 등을 위해 많은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오픈소스, 파트너십, 밸류체인 등 여러 형태로 경제와 산업은 복잡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국경이 없고, 이제 경제와 산업에서 나비효과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전 세계 집단지성의 힘을 통한 협력 추구 기조에서 출발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그 양상 또한 매우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방책이나 조직 또는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기후 문제, 에너지 고갈, 산업 효율 달성 등과 같이 시급한 세상의 난제들은 더욱 그렇다. 이러한 환경에서 협력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오늘날 가장 중요한 역량인 ‘회복탄력성’을 갖기 위한 최선의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연주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합주가 시작됐듯이,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場)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오늘날 이는 오픈 플랫폼, 오픈소스와 같은 공유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오늘날 기업들에 오픈소스 제공 및 활용은 시장 선점,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집단지성 활용 등 다양한 이유로 선택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이제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자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발간한 ‘2021 오픈소스 SW(OS)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오픈소스 활용률은 61.5%에 달하고, 그 시장 가치도 7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GE도 인프라 산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이곳에 다양한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참여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기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업의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역량 있는 개발자들과 성공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비단 디지털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협력을 위한 장이 활발히 운영돼야 한다.
우리는 흔히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한다. 일의 성패에 운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운’은 무언가 되어가고 움직이게 하는 힘을 말하는데, 필자는 이는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 내 협력 네트워크의 작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력이 점점 중요해지는 오늘날 더 많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이 더 많이 생겨나고 활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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