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돈을 쥐여주는 것들은 오히려 청년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여야 관계없이 10년 넘게 청년 수당을 줘 왔지만 하나도 우리의 삶은 바뀐 게 없습니다"2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한 91년생 행정관이 기존 청년 정책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이 행정관은 "20대 초반 여대생, 20대 후반의 군필 취업준비생, 30대 경력단절 여성이 어떻게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겠느냐"며 "일자리, 부동산, 결혼과 육아, 젠더 문제를 청년 정책으로 뭉뚱그려서 묶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수비 참석자들은 보통 수석비서관급으로 50~60대가 주를 이룹니다. 발표자와 참석자의 나이가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상황에서도 보고를 들은 이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대수비에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이 청년 비서관의 보고를 매우 공감하며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날 10분 가량의 브리핑으로 대통령 비서진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정무1비서관실 소속의 여명 행정관(사진)이었습니다.
'홍준표의 입'에서 대통령실로…洪 "내가 부탁"
여 행정관은 2015년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듬해 자유경제원에서 6개월 근무했고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으로 영입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는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3번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습니다여 행정관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홍준표의 입'으로 활동하면서입니다. 지난해 8월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의 대변인으로 영입돼 그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대선 경선이 끝난 후에는 윤석열 캠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청년본부장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캠프 활동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하자 반발하며 곧바로 본부장직을 사퇴했기 때문입니다.
여 행정관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악성 페미니즘, 민노총과 한통속인 공공노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구명해달라는 비전향 좌익인사까지, 제가 비판해 왔던 모든 것들을 옹호할 수는 없다"는 사퇴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여 행정관은 다시 한 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여 행정관은 비록 윤 대통령을 홍 당선인의 경선 상대로 만났지만 '함께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윤 대통령도 여러 경로를 통해 여 행정관의 능력과 평판을 점검해봤다고 합니다.
여 행정관의 대통령실 입성한 데는 홍 당선인의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6일 홍 당선인의 청년 플랫폼인 '청년의꿈'에 한 회원이 여 행정관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보도를 게재하며 "사전에 아셨는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홍 당선인은 "내가 부탁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90년대생은 연금 내도 재정 고갈, 불신할 수밖에"
여 행정관은 이날 대수비 회의에서 열흘 가량 준비한 청년대책들을 쏟아냈습니다. 우선 알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마이스터고 강화 및 생애 맞춤형 교육 지원'을 제시했습니다.마이스터고는 산업계의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말합니다. 현재 4~6년 가량의 대학 교육과정을 마쳐도 대학생들이 취직할 기업이 없는 반면 기업들은 필요로 하는 기술자들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고졸 인재 양성을 통해 불균형을 없애자는 취지입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채용 엑스포' 사전 환담 자리에서 "70%가 넘는 한국의 과도한 대학 진학률은 사회적으로도 문제”라고 말한 것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육아휴직 대체 인력 풀 운용'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대기업·공공기관보다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이 어려운 만큼 육아휴직 대체 인력을 지원해 중소기업 구인난과 출산율 저하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연금개혁 문제도 꺼내들었습니다. 여 행정관은 "90년대생은 국민연금을 내고 있는데 이 상태로 가면 연금 재정이 고갈당하게 생겼으니 미래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외에도 노동자의 지위 세습, 은둔형 외톨이 문제 등을 핵심 청년 문제로 제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여 행정관의 브리핑을 듣고 "노동과 교육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노동자가 또 다른 노동자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말 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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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