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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장 다녀온 이재용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 [정지은의 산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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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12일간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38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반년만에 출장을 다녀온 소감은 어떤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좋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훨씬 실감했다”며 “시장에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저희(삼성전자)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데려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하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부회장은 “고객뿐 아니라 유럽에서 일하는 연구원, 영업 마케팅 직원도 만났다”며 “몸은 피곤했지만 헝가리 삼성SDI 배터리공장, 하만카돈 등을 가고 BMW 측과도 봤다”고 했다. 이어 “자동차 업계가 급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제일 중요했던 것은 ASML과 반도체연구소에 가서 앞으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 성과, 인수합병(M&A) 계획과 관련해선 대답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12일간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독일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헝가리, 프랑스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선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방문했다. 전자업계에선 EUV 장비 확보를 이번 출장 주목적으로 꼽고 있다. EUV 장비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고용량, 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다. 한 대에 2000억~3000억원의 고가인 데다 한 해 생산량이 40여 대에 불과하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EUV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이 부회장은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과 ASML 사업장을 둘러보며 EUV 장비 수급 협조를 요청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구속 중일 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공격적으로 EUV 장비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최근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EUV 장비 반출에 사실상 개입하고 나선 상황까지 감안해 이 부회장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ASML 방문 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서도 ASML의 EUV 장비 공급 협조를 당부했다. 두 사람은 반도체 사업 관련 포괄적·전략적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15일(현지시간)에는 벨기에로 이동해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뤼크 반 덴 호브 아이멕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 연구개발 방향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반도체 장비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5G(5세대) 이동통신 등에 특화된 전략적 파트너를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사업부장(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등이 동행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키우기 위해 대형 M&A를 검토 및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이 기업인을 넘어 국가를 연결하는 민간 외교관으로도 활약했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 전·현직 정상, 기업인과 친분이 많다”며 “외교 관계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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