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승인했다. 이에 어산지 측은 즉시 반발 성명을 내고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이날 어산지의 송환을 승인하면서 14일 내 항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영국 법원은 어산지의 범죄인 인도를 공식 승인한 후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의 서명만을 남겨놓고 있었던 바 있다.
내무부 대변인은 공식 성명에서 "법원은 어산지 송환이 억압적이거나 부당하거나 절차 남용이라고 보지 않았다"며 "공정한 재판이나 표현의 자유를 위한 권리를 포함한 인권과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 있는 동안 그의 건강 상태 등과 관련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미군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2010년 빼낸 70만 건 규모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와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받아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문서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인사 등 주요국 지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평가가 담겨 있었다. 폭로는 전 세계적 파문을 일으켰고, 어산지는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이 됐다.
어산지는 이후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 2019년 4월 영국 경찰에 체포돼 런던의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미국은 어산지를 2019년 방첩법 위반 등 18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영국에 소환을 요청했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자살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어산지의 손을 들어줬지만, 같은 해 12월 2심에서 판단을 뒤집고 송환을 승인했다. 미국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어산지는 최장 징역 175년형까지 선고받는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오늘은 언론 자유와 영국 민주주의에 암흑의 날"이라고 표현하며 "어산지는 기자이며 출판인으로서 자신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미국 정부)은 다른 사람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어산지에게 복수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산지가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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