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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이어령 "AI는 인간을 자만에서 깨우는 자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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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세상을 떠난 이어령 선생이 생의 마지막 5년간 천착한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다. 계기는 2016년 구글이 개발한 바둑 AI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압승을 거둔 ‘알파고 쇼크’였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머지않아 AI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걱정이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지성’은 달리 생각했다. “AI가 인간을 자만에서 깨우는 자명종 역할을 했으니 고마운 일이다. 이제 인간은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끝없이 성장할 수 있게 됐다.”

《너 어떻게 살래》는 AI의 본질에 대한 이어령 선생의 통찰을 담은 유작이다. ‘한국인 이야기 10부작’ 중 세 번째로, 저자는 2009년 이 시리즈를 계획한 뒤 암 투병을 하면서도 집필을 포기하지 않았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나빠지자 구술로 글쓰기를 이어갔다. 2020년 첫 번째 책인 《너 어디에서 왔니》가 나왔고, 그의 사후에 남아 있는 원고와 기록을 바탕으로 나머지 아홉 권이 차례로 출간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AI를 겁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인간과 AI는 경쟁자가 아니다.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존재가 생명인데, AI는 아직 그럴 수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인간이 AI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AI를 어떤 형태로 만들고 어떻게 대할지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게 중요하다.”

저자는 AI 개발을 시도했던 18세기 프랑스 발명가 자크 드 보캉송에서부터 시작해 두엄(퇴비)에 담긴 생명의 순환, 이상의 수필 등 동서고금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AI의 인문학적 의미를 탐구한다. ‘디지로그 선언’(2006년) 등 늘 시대를 앞선 통찰을 보여준 그의 마지막 일성(一聲)답게 귀담아들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생명 의식과 동양의 인(仁) 사상이 AI 시대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결론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서양=기계적, 동양=유연한 지혜’라는 옥시덴탈리즘(반서구주의)적 도식에 의존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어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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