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들이 원재료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를 하고 싶어도 검역 규제 등에 막혀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격이 급등해 ‘금(金)자’ 소리를 듣는 감자만 해도 미국과 호주 일부 지역 외에는 수입이 봉쇄돼 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식물방역법에 따라 벼, 당근, 가지, 고추, 감자 등 식물과 감, 토마토 등 생과실이 ‘수입 금지 식물’로 지정돼 있다. 수입 금지 식물은 시행규칙과 관련 고시가 허용한 지역에서만 수입할 수 있다.
가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감자의 경우 고시에 미국 아이다호주, 오리건주, 워싱턴주로 수입 허용 지역이 국한돼 있다. 호주에선 △빅토리아주와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를 제외한 주에서 생산되고 △빅토리아주 내의 인가된 세척시설을 거친 감자만 들여올 수 있다.
정부가 농식품의 수입 지역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행여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병해충의 국내 유입을 막고, 국내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공식품이 아닌 식물은 병해충이 묻어 수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병해충이 국내에 유입되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까다로운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 ‘포카칩’, 농심 ‘포테토칩’,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등을 만들기 위해 수입하는 감자는 전량 미국과 호주산이다. 국산 감자 수확 시기인 6~10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미국, 호주산에 의존한다. 연중 사용 감자 물량의 50~70%가량에 해당한다.
올해 일부 기업은 미국의 작황이 부진한 데다 물류비용이 치솟아 한때 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호주산이 감자칩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품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중국,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감자 수입이 법으로 금지된 탓에 공급처 다변화를 할 수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세계에서 감자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아시아다. 중국과 인도가 1, 2위를 차지한다. 동남아에서도 감자 생산이 많다. 식품업계에선 “물류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아시아권 공급처를 확보해야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며 “장기간 현지에서 문제없이 유통된 농식품에 대한 검역 규제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감자값은 6월 수확이 시작되며 다소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예년에 비해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산 감자의 ㎏당 가격은 2900원을 넘어서 전년 동기 대비 2.5배가량 높아졌다.
하수정/강진규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