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올해 화두 중 하나는 ‘비건(극단적 채식주의)’이다. 식품사들은 비건 애호가들을 위해 콩을 찧어 만든 ‘콩고기’를 비롯해 식물성 수산물까지 선보이고 있다. 국내 250만 비건 인구를 잡기 위한 식품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식물성 참치 통조림 등장
오뚜기는 식물성 참치 통조림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사진)를 17일 선보이고 대체 수산물 시장에 진출했다. 참치 살코기는 대두단백을 가공해 만들었다. 기름은 카놀라유를 사용했다. 100% 식물성 성분을 사용해 참치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이 제품 판매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21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펀딩을 진행한다. 목표 금액이 모이면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제품을 발송할 예정이다. 펀딩이 끝나면 오뚜기몰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오뚜기를 비롯한 식품기업들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채식 제품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농심 ‘베지가든’, CJ제일제당 ‘플랜테이블’, 오뚜기 ‘헬로베지’, 신세계푸드 ‘베러미트’ 등 대부분의 식품 기업이 이미 비건 브랜드를 내놨다. 급식·외식업체들도 일부 메뉴를 비건으로 구성하고 있다.
제품 개발이 ‘새로운 실험’인 만큼 사내 스타트업 조직을 주로 활용한다. 오뚜기의 비건 참치 통조림은 사내 스타트업 언피스크 주도로 탄생했다. CJ제일제당도 지난달 사내 벤처를 통해 식물성 우유 ‘얼티브 플랜트유’를 론칭했다.
○“비건 기반 탄탄해질 것”
식품 기업들은 비건 제품 수요층이 마니아층에 국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식이 하나의 대중적 식문화로 발전할 것으로 관측한다. 건강·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으로 동물성 제품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상대적으로 채식을 선호하는 플렉시테리언(플렉시블+베지테리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에서도 극단적 비건주의자보다는 플렉시테리언들이 비건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비건이 채식주의자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자주 소비하는 품목이 됐다는 얘기다.
미국 식품업체는 이들을 잡기 위해 누에콩으로 만든 햄버거, 녹두로 만든 달걀, 완두콩 요구르트 등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KFC는 대체육 개발업체 비욘드미트와 함께 올해 초 식물성 치킨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식물성 식자재로 너겟을 구현하는 데서 더 나아가 닭고기의 질감까지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제조사들의 목표는 ‘비건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라며 “식단을 엄격하게 지키는 비건주의자뿐 아니라 가끔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비건 인구 빠르게 급증”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리서치뷰는 2018년 15조원이던 글로벌 비건 시장 규모가 2025년엔 28조6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비건 인기에 힘입어 미국의 비건 디지털 플랫폼 ‘브이카인드’에서는 식물성 재료로만 진행되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 ‘필드’를 올여름 선보일 예정이다. 채식주의 셰프만 참가한 세계 최초의 식물성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다.국내 비건 시장은 초창기지만, 앞으로 채식 인구는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문화는 단시간에 바뀌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지면 식습관이 급속도로 바뀌기도 한다”며 “동물복지, 건강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비건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대중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