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 여자아이의 친모에게 2심까지 내려졌던 징역 8년형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사망한 여아가 석 씨의 딸이라는 사실"이라며 "피고인이 자신의 손녀(납치 여아)를 딸(사망 여아)과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공소사실은 납치 여아에 대한 미성년자 납치와 사망 여아에 대한 사체은닉미수인데,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로만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전자만으로는 공소사실 확신 어려워...다시 재판
대법원의 결정으로 구미 3세 여아 바꿔치기 사건은 다시 한번 재판을 받게 됐다. 이에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에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 김모(23)씨가 낳은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여아와 몰래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았다.
3세 여아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2월 9일 김씨가 살던 빌라에서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도 있다.
여아는 그보다 6개월가량 전 김씨가 이사를 가면서 빈집에 방치됐다가 숨졌다. 경찰은 당초 여아의 사망 원인인 김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수사하던 중 석씨의 아기 바꿔치기와 시신은닉미수 범죄 혐의를 추가 포착했다.
숨진 여아의 유전자(DNA) 검사에서 원래 친모로 알려졌던 김씨가 사실은 언니였고, 외할머니인 줄 알았던 석씨가 실제 친모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이 각각 시행한 검사 결과는 모두 석씨를 숨진 여아의 친모로 지목했다. 석씨는 재판에서 자신은 당시 아이를 낳지 않았고 아이들을 바꿔치기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석씨가 출산 한 달 전에 직장을 그만뒀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에 숨기려고 거짓 진술을 한 점, 임신 사실을 알았을 무렵 출산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점, 온라인으로 해온 여성용품 구매가 임신 의심 기간에만 중단된 점 등의 정황을 판단의 근거로 활용했다.
아기 바꿔치기와 사체은닉미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 석씨에게는 1심과 2심 모두 징역 8년형이 선고됐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