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중앙은행(Fed)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0.75~1.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Fed가 자이언트스텝에 나선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27년 7개월 만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성명서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여전하다"며 "Fed의 최대 실수는 물가 안정 실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수 인플레이션 요인은 Fed 통제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 달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0.50% 또는 0.75%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0.75%의 인상 폭이 일반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으로 한국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포인트에서 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다음 달 미국이 추가로 빅스텝에 나선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포인트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 가능성이 확대되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가 줄어들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은행도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통해 금리차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월, 10월,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지난달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의 매파적인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JP모건의 수정된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은 5.2%로 5월 금통위보다 인플레이션 상승 경로가 가파르고, 미국의 정책금리 역시 3분기 더 공격적인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금통위도 7월엔 더 높은 기준금리를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최소 추가 1차례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과 2018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0.75%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도 한 차례 0.50% 인상과 연말 2.75% 기준금리 도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물가 정점 및 고용·소비 둔화 시점이 미국과의 시차를 감안할 때 빅스텝을 통한 물가 안정 노력이 3분기 중엔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대출금리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14%포인트 오른 1.98%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전날 기준 연 3.49~5.51%지만, 이날 코픽스 변동분이 반영되면서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주담대 고정금리도 연내 8%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기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33~6.97% 수준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전날 3.959%로 마감하면서, 2012년 4월10일(연 3.96%)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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