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첫 국산 우주 발사체(로켓) 누리호의 2차 발사가 기술적 문제로 돌연 취소됐다. 15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세워질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1단 안전성과 직결되는 오류가 발견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기립했던 누리호를 다시 발사체조립동으로 옮기고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사업본부장은 이날 오후 5시15분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후 2시5분 1단 산화제 탱크의 레벨(수위) 센서 신호 이상이 감지됐다”며 “나로호가 기립된 상황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워 현재 상태로는 발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누리호 1단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와 연결 케이블(하니스), 센서 신호 변환 박스 등을 종합 점검할 예정이다. 이들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영하 183도에 달하는 극저온 산화제(액체산소) 계측에 오류가 생겨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센서 자체가 불량이라면 산화제 탱크를 분해해 점검해야 해 이달 발사 재개는 불가능하다.
고 본부장은 “이상이 생긴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라 현재로선 발사 예비기간으로 정한 오는 23일까지 발사를 재개할 수 있을지 확답하기 어렵다”며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산화제 계측 센서 이상으로 인한 발사 연기는 해외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추진제(연료와 산화제) 주입 전 감지된 사고인 만큼 예상외로 복구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져줬는데 발사 취소를 결정해 죄송하다”며 “안전과 확실한 성공을 위해 내린 결정인 만큼 계속 노력해 좋은 성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발사 취소 결정 전까지 누리호는 순조롭게 이송됐다. 이날 오전 7시20분 누리호는 발사체 종합조립동에서 나와 무인특수이동차량인 노란색 ‘트랜스포터’에 실렸다. 트랜스포터는 발사대까지 이어지는 1.8㎞의 도로를 사람이 걷는 속도(시속 4㎞)보다 느린 시속 1.5㎞로 천천히 이동했다.
오전 8시30분 누리호가 전용 발사대에 도착했다. 연면적 6000㎡, 지하 3층의 이 발사대는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든 공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마쳤다. 누리호를 세우는 작업에는 이렉터가 사용됐다. 기립 후에는 높이 48m, 12층으로 이뤄진 녹색의 엄빌리컬타워와 연결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탯줄을 의미하는 엄빌리컬타워는 발사 당일 누리호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고흥=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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