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4.67

  • 1.61
  • 0.06%
코스닥

694.39

  • 2.39
  • 0.35%
1/3

[안현실 칼럼] 규제개혁은 국가 존망의 문제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역대 정부도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엔 다르다지만 과거의 관성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관료가 그대로란 점이 불안을 더한다. 규제개혁이 또 실패하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충격(성장률 감소로 직결)이 오는 상황에서 무슨 일이 닥칠지 상상만 해도 두렵다.

“북한 핵보다 무서운 게 한국의 저출산이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다.” 이런 경고가 설마 하는 사이 리스크로 닥쳐오고 말았다. 출산율보다 출생아 숫자가 감이 잘 온다. 1970년 100만 명, 1987년 62만 명, 2005년 44만 명, 2021년 26만 명. 50년 사이 출생아 수가 4분의 1로 뚝 떨어졌다.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20년 사이 1000만 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사라질 판국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저성장과 떼어내 설명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자원도 없는데 저성장하면 기회가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져 저출산 압박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저성장→기회 감소→저출산→저성장’의 악순환이다. 저출산 해결이 어려운 과제란 점은 지난 경험이 증명해준다. 저출산을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렵다면, 가능한 한 그 속도를 늦추면서 인구 감소가 몰고 올 경제적 충격을 돌파할 대안을 찾는 게 현실적인 대응책일 것이다.

1970년대 출생아의 4분의 1에 불과한 지난해 출생아 26만 명이 한국의 운명을 쥐고 있다면 한 명 한 명을 네 배, 아니 그 이상으로 소중히 다뤄나가는 게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현재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려면 생산성 증가가 인구 감소 폭을 상쇄할 정도가 돼야 한다. 나아가 감소한 인구로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감소폭 상쇄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생산성이 높아져야 가능하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나온다. 감소한 출생아들이 거친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미래 한국이 진보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세대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가. 지금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할 인재들을 1970년대 출생아 100만 명 시대와 같은 제도적 틀 안에 집어넣고 그들이 한국을 구출해 내길 기대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동일성 잣대로 격차에 따라 줄을 세우는 교육과 입시부터 그렇다. 낡은 시스템으로 저마다의 소질에 따라 한 명 한 명을 다양한 인재로 키워낼 수 있는가. 반도체 인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무성하지만, 칸막이 교육으론 곳곳에서 유사한 소동으로 날을 지새울 가능성이 높다.

인구 감소 시대에 저성장을 깰 돌파구는 이노베이션 촉진과 생산성 향상밖에 없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몰아낼 것이라며 ‘공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설령 그런 날이 온다고 해도 한국이 지금처럼 갈 경우 인구 감소로 사라진 한참 뒤의 일일 것이다. 오히려 AI발(發) 산업혁명은 인구 충격을 돌파해나갈 절호의 기회다. AI가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창의적 생산성을 요구하는 일자리,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란 게 거시적·전체적으로 보는 미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이 AI 이노베이션으로 생산성을 높인다면 새로운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자리를 압도하는 그림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

문제는 기술 진보만으론 이노베이션 촉진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적절한 유인책과 그 유인책이 작동할 수 있는 정치적·법적 시스템, 그리고 자본 축적 없이는 기술 진보가 경제 진보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인류 경제사가 던지는 메시지다. 공산주의 실패가 단적인 사례다. 한마디로 규제 개혁 없이는 안 된다는 얘기다.

출산율을 올리겠다는 수많은 대책이 실패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면,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유례없는 규제개혁’ 말곤 다른 탈출구가 안 보인다. 저성장의 좌절이 아니라 지속 성장의 희망이 가득하면, 그래서 다시 기회가 넘쳐난다면 출산율의 극적인 반전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라고 했다. 그 정도 인식으론 턱도 없다. 국가 소멸을 부르는 인구 감소 시대의 규제개혁 성패는 국가 존망의 문제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