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본격 나섰다. 지역 기업의 대출 접근성을 높이고, 금융권 재투자 활성화 등 지역 밀착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도는 소득 역외유출을 막고, 지역 기업 금융 지원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방은행 설립 추진을 본격화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방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지역을 거점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지역 기업에 신규 자금 60% 이상을 공급하는 의무대출 비율 규제가 있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이 시중은행보다 한결 수월하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지방에는 부산은행·경남은행(부산·울산·경남권), 대구은행(대구·경북권), 전북은행(전남·전북권),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여섯 곳이 있다. 이들 지방은행(지난해 6월 기준)은 각 지역 예금은행 전체 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지역 금융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충청권에는 충청은행(대전·충남권)과 충북은행(충북권)이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퇴출됐다.
지방은행 부재로 인한 소득 역외유출과 대출 불균형 문제는 통계로 나타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충청권 소득 역외유출(2019년 기준)은 충남 23조6000억원, 충북 12조7000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반면 기업당 대출금은 낮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2019년 기준)의 경우 충청은 기업당 1억원, 부산·울산·경남은 1억4500만원, 대구·경북은 1억3700만원이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2015년 대비 지난해 기준)은 충청권 542.3%, 호남권 451.5%, 대구·경북 445.5%, 부산·울산·경남 337.1% 순이다.
기업의 평균 대출 이자율(2019년 기준)은 대전·충남 3.60%, 대구·경북 3.50%, 광주·전남 3.44%, 경남이 3.23% 등이다. 유성준 충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충청 기업은 다른 지역보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 비싼 이자를 주고 비은행권 대출을 이용한다”며 “시중은행에서 외면받은 기업들이 지방은행을 통해 저렴한 이자로 자금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청남북도, 대전·세종시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해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범도민추진단을 발족한 데 이어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지난달에는 100만 명 서명운동과 전문가 토론회를 여는 등 지방은행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관계 부처의 소극적인 태도와 재정건전성 우려는 넘어야 할 과제다. 경기와 대전이 2012년과 2014년 지방은행 설립을 각각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송무경 충청남도 경제소상공과장은 “지방은행 설립은 막대한 예산이 들지 않고 정부의 인가로 가능하다”며 “인터넷 기반 영업 시스템을 도입해 경비를 줄이고, 서민 금융지원을 강화하면 금융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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