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가계와 기업이 현금 보유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의 비중은 2018년 23.3%에서 지난해 31.4%로 확대됐다. 예비용 현금은 비상시 등에 대비해 집이나 사무실 등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을 말한다.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평균 현금보유액은 이 기간 54만3000원에서 35만4000원으로 감소했지만, 보유 비중이 크게 늘었다. 특히 30만원 미만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 비중(17.7%)이 같은 기간 9.1%포인트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 수준이 낮은 가계도 현금 보유를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가계가 보유한 은행권은 5만원권과 1만원권이 대부분이었다. 예비용 현금의 경우 5만원권이 65.9%로 상당 부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역시 비상시 대비한 현금 보유를 크게 늘렸다. 기업의 평균 현금보유액은 470만원으로 2018년(222만원)에 비해 111.4% 폭증했다. 기업의 현금 보유 규모는 응답의 정확성을 위해 구체적인 금액 대신 구간별로 조사해 구간별 중간값과 응답 수를 이용해 평균 보유금액을 산출한 것이다.
매출액별로는 모든 구간에서 현금보유액이 증가했다. 특히 매출액 100억원 이상 구간에 속한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은 1521만원으로, 같은 기간 275.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111만원), 운수업(109만원)은 2018년보다 평균 현금보유액이 감소했지만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927만원), 도소매업(888만원), 제조업(342만원)은 크게 증가했다.
현금 결제는 지속해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1만원으로 2018년(64만원)에 비해 25.4%(13만원) 감소했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신용?체크카드(58.3%)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기업 역시 원재료 구입 등을 위한 현금지출 규모가 감소했다. 현금지출 비중도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기업의 최근 1년간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912만원으로 2018년(2906만원) 대비 68.5%(1990만원) 급감했다. 지급 수단별 지출액을 보면 현금지출 비중은 지속해서 하락해 1.2%에 불과했다. 반면 계좌이체는 상승세를 보이며 가장 큰 비중(86.0%)을 차지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