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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정원 X파일, 폐기하려 했는데 민주당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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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X파일'을 언급해 국정원으로부터 공개 반발을 받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재직 당시 X파일 폐기를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내가 괜히 X파일 언급했다고? 잘하지 않았나?"
박 전 원장은 지난 13일 밤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진행자가 '괜히 국정원 시절 정치인 X파일 얘기를 해서 (곤란에 처했다)'라고 묻자 "괜히가 아니다. 제가 국정원 60년을 완전히 개혁했다"며 "과거에는 국정원장이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렸는데, 지금은 제가 걸어가도 새가 안 날아간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이렇게 개혁을 완전히 했는데, '무엇을 못 했냐'고 묻길래 'X파일이 있다'고 한 것"이라며 "이걸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없애려고 했는데, 이게 남아있어서 문제가 된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민주주의와 개인정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며 "언론에서 '옳다. 이것은 과거의 암울한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없애야 한다',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하는 거 보면 제가 잘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국정원장 때 폐기하려고 했는데 민주당 반대…하태경? 사과하죠. 뭐"
박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당시 X파일 폐기를 추진했으면 되지 않았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국정원에) 있을 때 하려고 했는데, 그때는 민주당이 반대했다"며 "국민의힘에서는 하자고 했는데 어떻게 됐든 법을 개정하는 것은 우리는 제안을 하고 국회에서 할 일인데, 합의가 안 됐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저는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법적 조치를 예고한 데 대해선 "저는 순수하게 그분의 정치 역정(歷程)을 이야기한 것인데, 그것을 자기 인생 편력으로 해석해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제가 사과하죠. 뭐"라며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정치인 등 존안 자료 보관 중"…前 국정원장發 '파장'
박 전 원장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 X파일'을 언급했다. 그는 국정원이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의 존안 자료를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는데,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박 전 원장은 하 의원을 거론하면서 "국회에서 '의원님들, 만약 X파일을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고 했더니 하태경 정보위 간사가 '자기는 그렇게 안 살았는데 원장님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 왜 내가 이혼당하나'라고 했다"고도 했다. 이어 "제가 그랬다. '의원님, 복잡하게 사신 분 아닌가. 한번 공개해 볼까'라고 하니 '아,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 의원은 "박 전 원장은 저와 '복잡하게 살았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정치 활동하면서 가급적 고소·고발 같은 것은 자제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번 박 전 원장의 발언은 너무 심각했다"며 "저와 나누지도 않은 대화를 날조해서 제가 그동안 쌓아왔던 국민과의 신뢰 관계에 치명적 흠집을 냈다"고 했다.

이어 "공직을 통해 취득한 국가의 기밀을 언론의 관심끌기용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오죽하면 국정원에서 전직 원장에게 경고 논평까지 냈겠나. 박 전 원장은 그런 치욕스러운 지적을 당하고도 공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국정원 공개 반발…"불필요한 정쟁으로 몰아갈 수 있어"
박 전 원장의 발언에 국정원은 사실 여부를 떠나 기관 관련 사항 언급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원장 재직 시 알게 된 직무 사항을 공표하는 것은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전직 원장의 국정원 업무 관련 발언은 정치적 목적으로 해석되고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국정원과 직원들을 불필요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현직 직원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국가정보원직원법(제17조)에 따라 비밀을 엄수해야 하고, 직무관련 사항 공표 시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전직 원장 중에 퇴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 업무 내용을 언급한 전례도 없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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