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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는 유럽연합 인권실사법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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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을 발표했다. 적용 대상이 되는 EU 기업들과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자신의 활동은 물론 전 공급망에 걸쳐 인권 및 환경에 관한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하는 절차를 규정으로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나아가 식별된 부정적 영향을 해소 또는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예방 및 완화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의제기 시스템도 갖춰야 하고, 자신과 공급망 기업들이 취한 조치의 효과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며, 실사 의무의 이행 현황을 매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행정적 제재를 당할 수 있다. 또한 해외에 있는 피해자들의 EU 회원국 내 민사소송 제기가 용이해지도록 제도가 정비된다.

이 지침안이 유럽의회와 유럽연합 이사회의 승인을 얻으면, 그로부터 2년 이내에 전 EU 회원국들은 지침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국내법을 개정·시행해야 한다. 그 때문에 위 지침안의 통과는 EU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U 시장에서 직접 진출한 기업들만 영향받는 것이 아니다. EU 기업들이 해야 하는 부정적 영향의 방지, 완화, 해소 또는 최소화 조치에는, 자신과 계약한 협력업체들로부터 그 EU 기업의 인권실사 관련 방침을 준수하겠다는 보증을 받는 것 그리고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포함된다.

EU 기업들이 이러한 조처를 하면 자신과 직접 계약하지 않은, 공급망 하단의 협력업체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면책될 수 있다. 따라서 EU 기업들은 자신과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EU 수준의 인권실사 이행 및 보증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공급망 하단까지 연쇄적으로 미칠 것이다.

아직은 지침(안)에 불과하므로 세부 내용에는 수정의 여지가 있지만,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는 지침의 도입이라는 EU의 정책 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EU 의회는 2021년 3월 이미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보다 높은 수준의 지침(안)을 제안하는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찬성 504, 반대 79, 기권 112로, EU 의회 의원의 다수는 인권실사 의무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제11회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
한국노동연구원ㆍ한국노동법학회 연구조교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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