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등지에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에게 '운송 복귀' 통보가 내려지는 등 총파업중인 화물 차주들의 현장 복귀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 오후 8시부터 진행되는 화물연대-국토교통부 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화물연대 울산 지역 본부의 지침에 따르면 울산 현대차 관련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 장기화에 대해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거래처의 클레임이 커지고 조합원들의 누적 손실액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또 하나의 압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역 본부 14일자 투쟁지침에 따르면 한 지부는 조합원들에게 운송 복귀를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지부에서도 해당 지부의 복귀 소식을 전해 들은 조합원들의 불만이 있었다는 보고도 보인다.
울산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설득 등으로 부품 (운송 분야)에서는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과 복귀 협의가 진행 중이며, 일부 기사는 순차적으로 복귀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울산 현대차 부품 공장에서는 230여명의 조합원이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계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부품, 철강, 완성차, 선적 분야에 투입되는 전체 5800여대 중 파업 다음 날인 8일 오전에는 1400여대가 가동하는 데 그쳤지만, 14일 오전에는 1650여대가 가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200대 이상 복귀한 셈이다.
다만 전체 화물연대 전체 파업이 복귀 추세인 것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각사 별로 설득 작업을 벌여 일부 차주들은 복귀했지만, 결속력이 여전히 강한 부문이 더 많다"며 "화물연대 전체가 복귀 흐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화물연대가 내부 단속 차원에서 파업 지침을 재하달하거나 운송을 방해할 경우 복귀한 기사들이 도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관계자도 "안전운임을 받는 조합원들과 달리 배송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안전운임 이상을 받는 조합원들의 경우 연대차원에서 참여한 부분도 없지 않다"며 "걷잡을 수 없이 쌓인 차주들의 손해가 파업 대오 유지의 변수"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연행 조합원 숫자가 80여명에 육박하고, 계란만 던져도 연행하는 경찰의 압박이 크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비조합원들의 참여율이 높아 파업 강도는 여전히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대응도 주목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4일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방문해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상황과 관련한 물류 피해상황과 비상수송대책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국민경제를 볼모삼아 (요구안의) 일방적인 관철을 시도하면 중대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강경 방침과는 달리 업계의 불만과 엄청난 피해 규모에 떠밀린 국토부도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발생한 국내 산업계 피해 규모가 약 1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12일 6일간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868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과 14일 피해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14일 오후 8시부터 의왕ICD에서 재개되는 국토부-화물연대 간 협상이 타결에 이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