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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소설 쓴 이유?…단숨에 읽히기보다는 생각할 거리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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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정지돈(39·사진)의 소설을 읽으려면 준비물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다. 수많은 철학가, 예술가의 삶과 작품 얘기를 담은 까닭에 손 닿는 곳에 스마트폰을 두고 수시로 검색해야 해서다. 집중력도 필요하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데다 전통적인 소설 형식도 파괴한 탓에 잠깐 한눈을 팔면 길을 잃는다. 그만큼 그의 소설은 어렵기로 정평이 났다. 새로 나온 장편소설 《…스크롤!》도 마찬가지다.

13일 만난 정 작가는 ‘소설이 어렵다’는 반응에 대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소설보다는 멈춰서서 질문하게 만드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소설 형식의 틀을 깨는 실험적 작법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2013년 단편 ‘눈 먼 부엉이’가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6년 문지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정 작가는 신작에서도 실험을 이어갔다. 《…스크롤!》은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증강·가상현실 속 서점 ‘메타북스’ 점원들의 이야기와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된 초국가적 단체 ‘미신 파괴자’ 소속 대원들의 이야기가 인과관계 없이 이어진다. 정 작가는 “두 이야기의 관계는 픽션과 현실의 영향력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라며 “책과 현실 세계가 분리돼 있는 것 같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듯이, 별개인 것 같은 소설 속 두 갈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나 문장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문장과 문단의 시간 순서를 뒤섞어 이어 붙이는 ‘컷업 기법’ 등을 적용했다.

정 작가는 신작을 낼 때마다 ‘왜 이렇게 어렵게 썼냐’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정지돈은 언제나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낯설고 어렵게, 때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예술이란 ‘나와 너’, ‘소설과 소설 아닌 것’ 등 이분법에 균열을 내는 작품이다. 정 작가는 “제가 소설을 쓸 때 추구하는 목표는 ‘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내가 이미 알고 있거나 경험한 테두리 너머까지 가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목 ‘스크롤’은 사람들이 현재 미디어를 체험하는 방식, 나아가 사고방식을 요약하는 단어다. 그는 “주력 미디어가 책이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페이지를 넘기며 정보를 습득했지만, 지금은 어떤 구분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죽 스크롤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설과 영화가 따로 놀았던 과거와 달리 처음부터 영상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기획하는 요즘 문학계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정 작가는 “일각에선 영상의 시대에 ‘소설의 위기’를 말하지만, 그건 작가를 얕보고 하는 말”이라며 “소설가들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학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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