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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7兆 해외대체 미매각 ‘어쩌나’ [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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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6월 14일 08: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다수의 초대형 증권사가 약 7조원에 달하는 ‘미매각’ 해외 대체투자 자산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체투자 자산 매입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계기였던 저금리 환경의 급변과 더불어 기관 수요가 움츠러든 까닭이다.

14일 한국은행의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기관의 해외 대체투자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3월 해외 대체투자 펀드 설정 금액은 37억6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에 그쳤다. 작년 4분기 46억3000만달러 대비 19% 감소했다. 부동산·실물·특별자산 펀드 설정 원본의 증감을 합산한 이 수치는 2019년 2분기 116억2000만달러로 늘어났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다.

한은은 해외 대체투자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금리 상승을 꼽았다. 보고서는 “그동안 채권 수익률 하락 등에 대응한 기관의 수요 증가로 해외 대체투자가 늘어났던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최근 채권금리 상승 여파로 해외 대체 투자가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의 펀드 투자 부진은 ‘판매(sell down)를 목적으로 해외 대체투자 자산 선매입’에 열을 올렸던 초대형 증권사가 처한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5조원 이상 8개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 규모는 작년 6월 말 현재 19조8000억원에 달한다. 하나금융투자가 4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미래에셋증권 3조8000억원 NH투자증권 2조6000억원, 메리츠증권 2조6000억원 순서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는 2017년을 주요 기점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자기자본 확충으로 자금력을 강화한 초대형 증권사가 저금리 환경에서 위험 자산 투자를 확대하면서다. 하지만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매각 물량이 크게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현재 미매각 물량은 총 6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 담당 임원은 “코로나19로 해외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미매각이 급증했다”면서 “호텔 등 일부 자산의 부실화와 투자위험 부각이 기관의 수요를 꺾어놨다”고 설명했다.



일부 해외 대체투자 자산은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을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현재 8개 사 증권사의 고정 이하 자산 비율은 단순평균 1.54%를 나타냈다. 2018년 0.69%에서 4년 연속 오름세다. 이규희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작년 10월 ‘초대형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위험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일부 해외 대체투자의 부실이 건전성 악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호텔·항공기 등의 자산 관련 투자에서 이자 연체·채무불이행 등의 부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고정 이하 자산 비율은 증권사별로 메리츠증권이 작년 말 3.99%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신한금융투자(2.72%), NH투자증권(2.12%), 한국투자증권(1.31%) 순이다.

시장 금리가 안정을 찾은 뒤엔 다시 해외 대체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리 변동성 탓에 투자를 쉬어가려는 기관이 많아진 상황으로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금리가 안정을 찾은 뒤에 기관 요구 수익률에 맞는 상품을 면밀한 실사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게 성공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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