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아산사회복지재단(이하 아산재단)이 올 들어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사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여유자금을 활용해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10일 국세청에 따르면 아산재단은 지난해 사업수익(매출) 2조8347억원, 사업이익(영업이익) 1562억원을 올렸다. 사업수익과 사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5.9%, 590.9% 늘었다. 아산재단이 운영하는 아산병원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아산병원은 지난해 의료수익(매출)으로 2조5947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불어난 수익 덕분에 지난해 말 아산재단의 이익잉여금은 1조1385억원,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6777억원에 달했다. 여유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HD현대를 비롯한 여러 투자처를 발굴 중이다.
아산재단은 올초 현대중공업그룹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HD현대를 사들이고 있다. 아산재단이 지난해 말 보유한 한국조선해양 지분은 2.38%(168만4436주)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지분율은 0.98%(69만4436주)로 떨어졌다. 반면 아산재단의 HD현대 지분율은 2.67%(211만2595주)로 지난해 말 1.92%(152만895주)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아산재단을 활용해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그룹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산재단은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계열사 지분을 5%까지 보유할 수 있다.
아산재단 관계자는 “아산재단의 HD현대 지분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시장의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자산운용 차원에서 고배당이 기대되는 지주사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황 침체로 실적이 부진한 한국조선해양과 달리 현대오일뱅크,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HD현대는 배당 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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