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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도 은행 갖게 해달라? 지방은행 소유 제한 완화 '설왕설래' [세상에 이런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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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의 지역은행을 설립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21일 대전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약속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1999년 이후 24년간 전국 주요권역 중 유일하게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권에 은행 설립을 공약한 것이다.
"지자체도 지방은행 15% 초과 소유 가능하게"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지난 3월 24일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안은 지방자치단체도 지방은행의 주식을 15% 넘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은행법 15조는 은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동일인(본인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보유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동일인은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0(10%)을 초과해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15%까지만 보유가 인정된다.

다만 정부나 예금보험공사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 10%(지방은행은 15%)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동일인의 은행 주식 소유를 10~15%까지로 제한한 것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방지하는 이른바 ‘은산분리’와 관계가 깊다. 은행법 16조의2는 비금융주력자(비금융부문 자본비중 25% 이상이거나 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에 대해선 더욱 엄격해 주식보유한도를 4%(지방은행은 15%)로 설정했다.

홍 의원안은 은산분리에 따른 주식보유한도 예외를 적용받는 주체에 정부·예금보험공사 이외에 지방자치단체를 추가하도록 했다. 일종의 비금융주력자라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은행은 4%, 지방은행은 15%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홍 의원은 “지방자치단체는 정부 또는 예금보험공사와 달리 은행 주식 보유 규모에 제한을 받고 있어 지방은행 설립 및 지원에 필요한 자본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방은행 설립에 있어 최대 난관으로 ‘자본금 조달’이 꼽힌다. 충청권의 경우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선 초기 자본금으로 최소 3000억원에서 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본금을 출자하겠다고 선뜻 나선 민간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은행을 설립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과감한 출자로 마중물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충청권만 지방은행 24년째 부재
충청권에서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선 지역에서 생산한 부가가치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지방은행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충남의 경우 2019년 기준 지역 내 총생산(GRDP)이 114조6419억원으로 전국 3위였다. 하지만 역외 유출액은 25조477억원으로 전국 1위다. GRDP 71조원인 충북 역시 역외 유출 규모가 13조원으로 충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현재 부산·경남권에는 BNK금융그룹 소속 부산·경남은행, 대구·경북권에는 DGB금융그룹 소속 대구은행이 있다. 광주·전라권에는 JB금융그룹의 광주·전북은행이 영업 중이다. 제주에는 신한금융그룹 소속 제주은행이 있다.


충청권에는 1998년 6월까지 충청은행, 1999년 4월까지 충북은행이 있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여파로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라 각각 하나은행, 신한은행에 통폐합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역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용준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에 효율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지역민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증대시키는 등 차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기업 간 평균 대출액에 차이가 있어 지방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주요 시도별 기업 당 대출액 규모를 보면 부산(2.2억원)과 대구(2.1억원), 경남(1.7억원), 광주(1.6억원), 제주(1.3억원), 전북(1.2억원) 순으로 많았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방은행이 있다. 지방은행이 없는 충남은 1.2억원에 그쳤다.
금융당국 "우리금융도 거의 다 팔았는데..."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홍 의원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금융위는 정무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현재 정부·예금보험공사에 은행 주식보유 한도 예외를 인정한 이유에 대해 “은행의 구조조정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를 상정한 예외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은행 주식을 10%(지방은행은 15%) 넘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구조조정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한 한시적 조치라는 얘기다.

실제 예금보험공사는 2000년 옛 한빛은행과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부실은행에 1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100% 지분을 확보한 뒤 우리금융지주를 설립했다. 이후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정부 보유 지분을 꾸준히 줄여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9.3%를 유진프라이빗에쿼티 등 5곳에 매각하면서 정부 측 보유지분이 5.8%까지 줄어들어 3대 주주로 밀려났다. 지난 2월엔 2.2%, 5월 2.3%를 추가로 매각해 현재는 1.3%로 지분율을 낮췄다. 지금까지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공적자금은 12조8658억원으로 당초 원금(12조7663억원) 대비 약 1000억원을 초과 회수했다.

다만 정부는 산업은행(100%)과 중소기업은행(63.7%) 등 특수은행에 대해선 주식보유한도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예금보험공사도 은행 주식을 많이 갖고 있으니 지방자치단체에도 이를 허용해달라는 것은 애당초 정부 보유 은행 지분의 특수한 목적을 고려하면 인정하기 쉽지 않다”며 “민간기업의 지방은행 출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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