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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사회에서는 아시아 여성이 ‘순종적’이라는 편견이 있고, 자립심이나 리더십이 없다고 여겨 리더로 키우려 하지 않습니다.”
지난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고(JUGO) 사무실에서 만난 에이미 김 최고경영자(CEO·사진)는 “마찰을 싫어하고 기업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해 직원으로는 선호하지만 리더 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CEO는 미국에서 아시안 여성으로는 드물게 정보기술(IT) 기업 CEO로 일하고 있다. 유고는 글로벌 기술 컨설팅 기업인 GDS그룹의 자회사로 화상회의 시스템을 제공한다. 지난 5월부터 이 회사가 선보인 화상회의 시스템은 3차원(3D) 게임 엔진으로 만들어졌다. 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2D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
김 CEO는 “편견도 심했고, 같은 기술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할 때 기회도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대신 몇 번 오지 않는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1997년 한국을 떠난 뒤 일본, 미국 서부의 고객관계관리(CRM) 회사를 거친 김 CEO는 2003년 뉴욕으로 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07년 구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처음으로 시작한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영업사원으로 그를 채용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미국은 돈을 벌어오는 영업을 제일 중시한다”며 “아시안들이 보통 기술 쪽에서 많이 일하는데, 영업 쪽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5년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보다 도전적인 일을 하기 위해 성장 기업으로 이직한 것이다. 그는 회사의 성장 전략 등을 담당하는 최고매출책임자(CRO)로 일하게 됐다. 대기업에서의 안정적인 커리어를 포기하고 작은 기업으로 옮기는 대신 경영진으로서 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 그는 “나의 발전보다 남의 발전이 더 기쁘다는 것을 느끼고, 리더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 경력은 결국 GDS에서 영입 제의를 받아 유고의 CEO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고는 그간의 화상회의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화상회의는 웹캠으로 연결돼 단면적인 얼굴과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고의 제품을 사용하면 가상 스튜디오 안에 발표자와 청중이 3D로 참여할 수 있다. 대규모 참여 행사도 가능하다. 기존 프로그램으로는 1000명 행사라고 하면 발표자가 청중에게 단순히 연설하는 것에 불과했다. 개인이 유튜브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유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1000명이 모두 언제든 3D 형태로 발표자가 될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립대를 비롯해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내·외부 미팅용으로 유고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 CEO는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실패는 모두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