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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한 공부모임에 참석해 “현금성 지원 위주 복지정책을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출산·육아·교육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을 청취했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개혁에 이어 복지 분야 개혁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 7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양지경제연구회’ 모임에 참석했다.
양지경제연구회는 1990년대 초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과 정운찬 전 총리(서울대 명예교수)가 의기투합해 결성한 공부모임이다. 학계 인사와 관료·기업인 등 30여명의 회원들이 매달 모여 경제이론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한 총리는 초창기인 상공부 국장 시절부터 모임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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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임에서는 문재인 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대전환기를 맞는 세계 경제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경제추격론을 연구해 2014년 ‘슘페터상(賞)’을 받은 성장이론의 권위자다.
이 교수는 한국의 새로운 발전모델로 ‘역량증진형 국가’를 제시했다. 과거 국가주도형 개발국가와 복지국가를 넘어 국가와 개인의 증진된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얘기다.
복지국가와 역량증진형 국가의 차이에 대해 이 교수는 “고기를 직접 잡아다 주는 것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복지국가에서 논의된 각종 수당과 ‘기본소득’ 등 현금성 복지정책을 출산·육아·교육 등 사회서비스 위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의 복지정책은 노년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에 치우쳐 있다”며 “국가 역량 증진에 핵심적인 근로 연령층에 대한 서비스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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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의 목표로는 ‘고용률 향상’을 꼽았다. 이 교수는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는 유일한 길은 노동시장의 효율성, 특히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고용률을 높이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원금 일변도였던 중소기업 육성책에 대해선 ‘역량 공유’를 주문했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에 단순히 돈만 대주기보단 대기업의 우수한 역량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중소기업 제조환경 개선을 위해 2015년부터 운영 중인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 교수 발표를 들은 한 총리는 “생각의 폭을 넓히는 좋은 기회였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참석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규제개혁만을 강조하고 이외 복지 등 분야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다”며 “한 총리가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이번 모임에 참석해 의견을 들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