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가 돌아갈 때 나는 ‘쉭쉭’ 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와 모터의 ‘웅’하는 소리를 소음으로 보고 피해 주민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환경부 결정이 나왔다.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에 대한 첫 피해배상 결정이다. 풍력발전기 인근 주민의 피해배상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남 영광군 두 개 마을 주민 163명이 “인근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풍력발전기 운영사를 상대로 2억445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 피해를 인정하고, 피해 주민에게 1억38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피해 주민들은 풍력발전기 상업운전이 시작된 2019년 1월부터 2020년 말까지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선 2017년 35기의 풍력발전기 건설공사가 시작됐고 2018년 9월 시운전과 함께 저주파 소음 관련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어 2019년 1월 상업운전이 시작된 이후 저주파 소음 피해 민원이 폭증했다.
저주파 소음은 100㎐ 이하 소음으로 귀로는 잘 들리지 않지만 보통 진동으로 느낄 수 있다.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는 모터류나 기계류에서 잘 발생하며 소형 기계보다는 대형 기계에서 흔히 측정된다. 사람의 귀에는 대개 ‘웅’하는 소리로 들리며 풍력발전기는 모터뿐 아니라 블레이드(날개)가 바람을 가르면서 생겨나는 소음도 있다.
위원회는 소음 전문가에게 의뢰해 지난해 12월 피해 주민들의 마을에서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기준 주파수인 80㎐에서 최대 85~87데시벨(dB)의 소음이 측정돼 수인한도(환경 피해 인정 기준) 45dB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또 주파수 12.5~63㎐에서도 측정값이 수인한도를 넘었다. 어느 한 주파수에서라도 수인한도를 초과하면 저주파 소음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소음이 인근 주민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풍력발전기 운영사가 “주거지역에서 1.5㎞ 이상 떨어뜨려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2016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부 풍력발전기를 마을에서 300~500m 떨어진 곳에 설치한 점도 배상 결정에 영향을 줬다.
위원회는 운영사가 발전기 건설공사 전과 상업운전 시작 때 주민들에게 지역발전기금을 지급한 점을 고려해 배상액의 40~50%를 감액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에 대한 배상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건 외에는 풍력발전 저주파 소음에 대한 배상 신청이 들어온 적은 없지만 이번 결정을 계기로 다른 사건이 접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발전사나 주민이 위원회의 배상 결정에 불복하면 60일 이내에 법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일각에선 풍력발전기와 주거지역 간 명확한 거리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거리 규제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각각이다. 이와 관련, 위원회가 이번 배상 결정 때 풍력발전기와 주거지역의 거리를 ‘1.5㎞ 이상’으로 제시한 게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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