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에서 가치주의 갈림길에서.
최근 한 증권사가 인터넷 업종을 두고 내놓은 한 리포트 제목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성장주와 가치주의 갈림길에 섰다며 주가 횡보 구간이 길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바닥을 찍었다'는 증권가 낙관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온 전망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증권사는 외국인들의 이탈에 주목했다.
6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네이버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53.78%로 전년 동기 대비 4.97%포인트 감소했다. 카카오에 대한 보유비중도 28.6%로 1년 전과 비교하면 14.21%포인트 후퇴했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주가도 같이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올 들어서 지난 2일까지 각각 23.4%, 25.6%씩 빠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더 쏟아내고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매수했다.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로 금리 상승이 진행되는 만큼 대표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부분의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주가가 사실상 바닥에 근접했다고 주장한다. 주가가 지난달 말부터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추세적 상승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플랫폼 산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자율규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사업모델을 다변화하기 좋은 환경에 놓일 것이란 점도 낙관을 더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기업의 주가 고점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저점은 어느정도 판단할 수 있다"며 "작년 3분기 이후 꾸준히 하락해 온 현 주가에는 이미 많은 우려가 반영됐다. 다시 매수해야 할 구간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줄 잇는 낙관론을 경계하듯 일각에서 비관론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의 반등은 일시 현상일 뿐 주가 횡보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업종에 집중된 외인 매도세가 작년 하반기 이후 주가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를 팔고 카카오를 사들이는 등 업종 내 이동을 보였던 2019~2020년과 달리 최근 들어선 업종 자체를 이탈하는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기업의 성장성 둔화로 성장주 지위가 흔들린 게 주된 배경이다. 임 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성장주 지위는 '인터넷' 업종에서 '2차전지·전기차' 업종으로 넘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달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기아(3966억원), LG에너지솔루션(2879억원), 엘앤에프(2478억원) 등 3종목이 나란히 1~3위에 올랐다. 반면 카카오(1095억원)와 네이버(699억원)의 경우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률의 둔화가 시장 예상보다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우려 요소다. 1분기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4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이후 전년 대비 가장 낮은 증가율인 11.8%을 보인 만큼 상거래 시장 둔화가 시작되고 있단 신호로도 보여진다. 상거래 시장 둔화는 단순 커머스 사업부 부진뿐 아니라 광고와 핀테크 사업부의 부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임 연구원은 "구글과 메타 등 지난 10년간 성장주 지위를 인정 받으며 주가 랠리를 펼쳐온 인터넷 기업들이 작년 하반기 이후 가치주화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주요 사업부의 고성장세가 모두 꺾이게 된다면 멀티플이 글로벌 수준으로 급하강할 수 있다. 유일하게 남은 고성장 영역인 콘텐츠 부문이 관건이 될 전망이며 주요 사업부들의 성장세가 재확인되기 전까지는 국내 빅테크들의 주가 횡보 구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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