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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골퍼의 생존법' 보여준 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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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업계에서 최경주(52)는 ‘말술’로 통한다. “술 실력이 골프 실력보다 낫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시즌 때(4~11월)는 술을 멀리했지만, 시즌이 끝나면 지인들과 종종 술잔을 기울였다.

그런 그가 작년부터 술을 아예 끊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을 앞두고 가진 지난 1일 만찬에서도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대신 사이다를 마셨다. “청량감이 맥주 못지 않다”는 너스레를 떨면서.

최경주는 술을 끊은 이유에 대해 “오래 골프를 치기 위해서”라고 했다. “요즘 후배들에게 ‘당장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롱런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는 말도 곁들였다.

최경주는 50대 프로골퍼가 아들뻘인 20대 선수들과 경쟁하는 법을 보여줬다. 3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1)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중간합계 2언더파 140타로 컷 통과했다. 참가선수 147명 중 공동 45위에 올랐다. 대회 이틀 전에 미국에서 돌아온 탓에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골프업계에선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면 50대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걸 최경주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50대 골퍼가 20대와 경쟁하는 방법은 ‘힘’이 아니라 ‘기술’이었다. 최경주의 이번 대회 1라운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64야드였다. 올해 코리안투어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300야드)보다 36야드나 짧다. 전체 선수 109명 중 108위에 해당한다. 이번주 함께 라운드를 돈 김비오(32·295야드)와 양지호(33·293야드)가 세컨드 샷을 할 때 든 골프채보다 세 클럽 긴 채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도 최경주는 살아남았다.

최경주는 “키가 작은 탓에 PGA(미국프로골프)투어에서도 비거리는 짧은 편이었다”며 “다리를 늘리는 수술을 고민할 정도로 비거리가 콤플렉스였는데, 내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언도 다른 선수들이 피칭 웨지 연습을 할 때 나는 5번 아이언으로 가까이 붙이는 연습을 했다”고 했다. 아이언 정확도를 끌어올려 짧은 드라이버 비거리를 만회했다는 얘기다. 최경주는 이 대회 1라운드에서 페어웨이 안착률 92.86%, 그린적중률 83.33%를 기록했다.

최경주는 남은 이틀도 ‘힘 센’ 후배들과 싸워야 한다. 그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치다보면 ‘부럽다’고 느낄 때가 많다. 50대가 됐는데도 20대 골퍼의 스윙을 보고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 잊고 있었던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최경주는 “그래도 젊은 선수들의 기세에 위축되지는 않는다”며 “마지막 날에 (우승)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2라운드를 끝마친 상황에서 강윤석(36)과 이상엽(28)이 공동선두로 나섰다. 10언더파 132타를 기록했다. 2012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강윤석은 그동안 시즌 상금이 5000만원을 넘겨본 적이 없는 무명 선수다. 가장 높았던 상금랭킹이 79위였는데, 이번주 우승 기회를 잡았다. 강윤석은 “어제도, 오늘도 티샷과 아이언 샷, 퍼팅이 모두 잘 풀렸다”며 “경기력만큼은 우승하는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잘 다스리려고 한다”고 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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