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주가가 정해지는 과정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ETF의 주당 가격은 ETF가 담고 있는 주식의 가치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ETF는 상장할 때 주당 가격을 자산운용사에서 마음대로 정합니다. 보통은 상장할 때 주당 가격을 1만원으로 합니다. 그래서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고 하더라도 상장 시점에 따라 주당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TIGER 미국나스닥100은 2010년 10월 상장했습니다. KBSTAR 미국나스닥100은 2020년 11월 상장했고요. TIGER 미국나스닥100은 주당 1만원에서 시작해 10년 동안 꾸준히 올라 7만원대를 넘겼지만, KBSTAR 미국나스닥100은 상장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도 1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둘 다 주당 1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운용한 기간에 따라 주당 가격이 달라진 셈입니다. 주당 가격이 다르더라도 두 상품의 하루 등락폭은 나스닥100 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니 ETF의 주당 가격은 ETF 수익률이나 가치와는 무관한 겁니다.
그렇다면 모든 ETF는 상장할 때 1만원일까요? 보통은 그렇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 국내 증시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을 따르는 ETF들입니다. 국내에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가 처음 상장한 건 2002년입니다. KODEX200, KOSEF200이 2002년 10월 14일 상장하며 국내 ETF 시장의 문을 열었죠. 그 뒤로 TIGER200, KINDEX200이 2008년 상장했고, 가장 최근 상장한 코스피200 ETF는 2018년 만들어진 HANARO200입니다. 이렇게 상장 시기가 길게는 16년까지 차이 나지만 이들 ETF의 주당 가격은 거의 비슷합니다. 상장할 때 ETF의 주당 가격을 1만원이 아니라 코스피200 지수에 100을 곱한 가격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채권형 ETF도 주당 가격을 높게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권형 ETF는 주식형 ETF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작고 변동성도 낮기 때문에 애초에 주당 가격을 높여놓는 것이죠. 채권형 ETF는 상품에 따라 처음 상장할 때 주당 가격을 5만원이나 10만원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역시 상품마다 제각각입니다.
ETF는 왜 액면분할을 할까
결론적으로 ETF의 주당 가격은 ETF가 담고 있는 자산의 가치와는 무관합니다. ETF가 상장할 때 자산운용사가 주당 가격을 얼마로 정했느냐, 또 ETF의 운용기간이 얼마나 오래됐느냐에 따라 주당 가격이 달라지는 것뿐이니까요. 그러니 ETF끼리 주당 가격을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없겠지요.다만 이런 점은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투자하려는 금액이 소액이라면 아무래도 주당 가격이 낮은 ETF가 투자하기 유리할 겁니다. 같은 돈이라면 주당 가격이 낮은 ETF를 더 많이 살 수 있으니 ETF를 분할 매수하거나 분할 매도할 때도 편리하겠죠.
그래서 해외에선 주당 가격이 높아진 ETF를 액면분할하거나, 추종하는 지수가 같은 ETF라도 주당 가격을 낮춰 새로 상장하기도 합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티커명 SOXL)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루 변동폭의 세 배만큼 수익률이 움직이는 ETF입니다. 이 ETF는 2021년 3월 1일 ETF 1주를 1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했습니다. 반도체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SOXL의 주당 가격이 670달러(약 76만원)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150만원으로도 1주밖에 투자할 수 없는 가격이죠. 1주를 1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한 직후 SOXL의 주당 가격은 40달러 선으로 내려갔습니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ETF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요?2.ETF 가격과 주식 가치에 관계가 있을까요?
3. ETF 주당 가격을 낮추는 이유는 무엇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