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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찾은 BTS "아시아 증오범죄 근절 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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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다운(Phone down), 폰다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 뒤편에 선 촬영기자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촬영에 방해가 되니 스마트폰을 내려달라는 요청이다. 평소엔 듣기 어려운 말이다. 기자들이 대변인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일이 없어서다. 이날은 평소와 확실히 달랐다. 기자들은 앞다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SNS에 ‘인증샷’을 올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백악관을 방문한 방탄소년단(BTS)이었다.

이날 BTS는 미국의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의 마지막 날을 맞아 ‘반(反)아시아 증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 전에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BTS 멤버들은 약 6분 동안 브리핑룸에 머물렀다.

사전 예고 없이 들렀지만, 브리핑룸은 기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지정석이 모두 채워지자 외신 기자 100여 명이 선 채로 BTS를 맞이했다. 이례적인 풍경이란 반응이 나왔다. 한 백악관 출입 촬영기자는 “브리핑룸이 이렇게 붐비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미국 현지 기자들도 생경한 광경에 놀란 듯 브리핑룸 전경을 360도 카메라로 찍었다.

온라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백악관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날 브리핑을 생중계하자 BTS 팬이 대거 몰렸다. 동시 접속자가 3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예고했다. 대변인이 BTS를 소개하자 멤버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아시아 증오범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브리핑룸을 떠났다. BTS 멤버들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범죄에 놀랐고 마음이 안 좋았다”며 “이런 사건을 근절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자리를 빌려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했다.

BTS는 지속적으로 아시아계 차별과 맞서왔다. BTS가 지닌 인지도를 활용해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3월 미국 애틀랜타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한인 여성 4명이 사망하자 BTS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동시에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아시아 혐오 문제 해결에 대한 BTS의 영향력을 묻는 말에 리더 RM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항상 내고 싶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BTS 멤버들과 면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소감을 남겼다. 그는 “아시아 혐오 범죄와 차별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려는 BTS에 감사를 전한다”며 “곧 다시 만나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BTS와 만난 동영상도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실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며 “선한 이들이 혐오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증오는 사라진다”고 했다. 이어 BTS를 지칭하며 “사람들은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선한 행동을 하는지 주목한다”며 “(BTS의) 재능뿐 아니라 메시지에 관심을 둔다. 그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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