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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리는 우주의 미래…'한국형 SF 영화·드라마'를 기다리며 [이종민의 콘텐츠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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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겠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콘텐츠 창작자들이 꿈꾸는 미래를 엿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공상과학(SF) 콘텐츠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보고다.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50여 년 전에 스마트 패드를 선보였고, 1982년에 방영된 ‘전격 Z작전’에선 자율주행차 키트가 등장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가상 스크린을 허공에서 조작하는 모습이나, ‘킹스맨’의 가상현실 회의 장면도 많은 사람에게 내일에 대한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최근 우주여행이 본격화하며, 우주나 근미래에서의 모험을 그리는 콘텐츠가 많이 나오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등은 경쟁적으로 압도적 스케일의 공상과학 소설류의 SF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글로벌 관객을 열광시키는 한국이 유독 SF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물론 ‘설국열차’나 ‘승리호’ 등 빼어난 콘텐츠가 있지만 로맨스, 누아르, 좀비 영화 등 다른 장르에 비하면 수량과 성과가 제한적이다.

아마도 그동안 미래를 그리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던 것이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SF 소설이 인기를 얻으며,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콘텐츠업계도 이에 반응해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같은 SF 소설을 드라마로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SF 콘텐츠의 엄청난 제작비와 제작 기간이다. 보통 SF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아무것도 없는 그린스크린 앞에서 배우들이 상상에 의존해 힘들고 어색한 연기를 해야 한다. 이후 수많은 컴퓨터 그래픽 인력이 달라붙어 실재하지 않는 공간이나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컴퓨터 그래픽 비용만 해도 엄청난데, 이렇게 불완전한 환경에서 촬영한 결과물이 감독의 의도와 달라 다시 촬영하느라 비용과 시간이 배로 드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인터스텔라’를 제작할 때 그린스크린에서의 작업을 줄이기 위해 전 스태프와 함께 아이슬란드에 가서 얼음 행성 장면을 촬영했고, 사막에 옥수수밭을 새로 일구고, 실제 비행기를 폭파하는 등 제작비를 쏟아부었다고 한다.

디즈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광다이오드(LED) 월’을 활용한 버추얼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이 덕분에 디즈니는 외계행성 간의 싸움을 그린 ‘만달로니안’이라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LA 스튜디오를 떠나지 않고서도 빙하, 사막, 우주선 등 모든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LED 월을 활용한 버추얼 스튜디오란 LED 패널을 수천 개 연결한 거대한 디스플레이에 외계와 같은 공간을 영사한 뒤 그 앞에서 연기하고 촬영해 최종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감독과 배우는 배경과 외계 생명체 등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연기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얼음 동굴을 찾아 떠나거나, 노을이 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제작비와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발전된 기술은 마술과 같아서 버추얼 스튜디오의 얼음 동굴을 보고 있으면 한기가 느껴진다.

물론 아직은 버추얼 스튜디오를 구축하는 장비가 비싸고, 실제 공간을 대체하는 사실적인 디지털 배경을 만드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곧 기존 세트장이나 그린스크린을 대체하고, 콘텐츠 제작비용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LED 월 버추얼 스튜디오가 여러 개 만들어졌다. 그중 우리 회사가 최근에 오픈한 스튜디오인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수준의 제작 인프라를 갖췄다.

이렇듯 이야기와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으니, 세상의 미래를 그리는 다양한 K-SF가 제작될 것이다. 여기에 미래를 고민하는 우리 기업들의 미래형 제품과 서비스가 포함되면 더 좋겠다. 미래의 이야기, 기술, 제품들이 K-SF에 녹아 들어가 세계인들에게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제시하고, 향후에는 전 세계의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 나가기 바란다.

이종민 CJ ENM IP개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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