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손해보험업계는 손해율과 국제회계기준(IFRS17), 두 가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우선 손해율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에서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 1분기까지 유례가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상승할 전망이다. 1분기 손해율 하락은 큰 폭으로 상승한 기름값 등 영향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로 2~3월 급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꼽힌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감소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사실상 해제되면서 자동차 이용량과 사고율 및 손해율은 4월부터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자동차 손해율이 2019년 수준으로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안이 2022~202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안에는 경상환자의 과실비율 상계처리, 장기 치료 시 진단서 의무화, 상급병실 입원료 및 한방병원 수가 개선 등이 포함돼 있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점차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 3월까지 백내장 등 일부 과잉진료 항목의 실손보험금 청구가 급증했지만, 4월부터는 빠르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손해보험사 장기 위험보험료의 30~50% 정도를 차지한다. 수년간 의료계 과잉진료와 소수 가입자의 보험금 과다 청구로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보험사에는 막대한 적자를, 가입자들에게는 보험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올해는 백내장을 중심으로 과잉진료 논란이 심화되고 있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4월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의료계 반발과 이에 따른 민원 증가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실손 및 장기 위험손해율이 갑자기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어렵다. 다만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감독 아래 과잉진료 행태가 점차 개선되고 결과적으로 손해보험사 장기 위험손해율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구실손(2009년 이전 판매) 5년 갱신 계약을 많이 보유한 손해보험사는 갱신 주기 도래 효과까지 겹쳐 장기 위험손해율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보험업계는 부채를 평가하는 회계기준과 이익을 인식하는 방법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다. IFRS17 도입에 따라 고객들이 낸 보험료(보험 부채)를 올해까지는 원가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내년부터는 경제적·계리적 가정을 통해 시가 평가한다. 손익도 올해까지는 당해연도의 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사업비 지출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내년부터는 장래 예상이익의 합계(CSM)를 일정 비율로 균등 상각해 이익을 인식한다.
이에 따라 IFRS17 도입 이후인 내년부터 다수 손해보험사의 이익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는 장기 계약으로 구성된 보험상품을 당해연도 현금 유출입으로 접근하다 보니 보험사의 보유계약가치와 손익이 맞지 않는 부분이 컸다. 대부분 보험상품 판매 초기에 비용 지출이 집중되기 때문에 신계약 영업을 열심히 할수록 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하지만 IFRS17을 적용하면 보험 가입기간 전체에 걸쳐 손익을 합산하고, 이를 균등하게 이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IFRS17 전환 직후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는 이익 규모가 증가한다. 주요 손해보험사는 내년 순이익이 지금보다 30~8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FRS17 회계기준은 올해 하반기 확정될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보험사별 비교가 쉽지 않다.
관건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회계기준 변화에 발맞춰 보험사들이 발표할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이다. 사실 올해나 내년이나 보험사 실체는 그대로다. 유일한 변화라면 부채를 평가하는 회계기준이 달라지는 것인데, IFRS17을 적용했으니 보험사 투자 매력이 상승했다고 주장한다면 투자자들은 이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투자자의 의심을 신뢰와 믿음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험사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높은 주주환원율을 약속하는 보험사라면 그만큼 중장기 실적과 자본 건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해도 좋을 것 같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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