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무효라는 대법원판결(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 선고되면서 임금피크제가 연일 화두다. 노동계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하여 환영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에서는 기업의 부담을 언급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인 회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현재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무효 시 금전적 효과는 어떻게 되는지 점검에 여념이 없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보장하거나 정년 이후 일정기간 근로를 보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근로자가 일정 연령 또는 근속연수에 도달하면 임금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임금피크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을 중심으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7조 및 제28조에서 ‘임금피크제’를 언급하면서 고용노동부의 지원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 그 입법적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2013년 5월 의무적으로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개정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고 2016년 1월 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 적용되었는데, 법 개정 및 시행 전후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재편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확산되었다.
대상판결에서 무효로 인정된 임금피크제도는 정년이 61세로 고정된 상태에서 만55세 이후부터의 임금을 일정 비율로 감액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례들이 훨씬 많은데, 이러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대상판결에 따라 무효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무효라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감액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멸시효 기간 내 범위 내에서 지급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이 정년고정형 임금피크제라는 점에 주목하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대상판결과는 무관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대상판결에서 정년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고령자고용법에서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9조의 2 제1항),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이와 같은 법률의 규정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상판결의 정년고정형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또한 하급심 판결 중에는 정년연장 임금피크제는 원래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근로자들의 이익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예도 있다(울산지방법원 2020. 10. 7. 선고 2018가합21063 판결, 항소기각으로 확정).
그러나 대상판결은 연령에 따른 차별이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여부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 단지 정년고정이라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 사정들을 함께 고려하였기 때문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대상 판결과 무관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또한 법률의 적용으로 의무적으로 정년이 60세가 된 것이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하락을 상쇄할 만한 조치라고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대상판결이 언급한 기준에 따라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의 기준을 요약하면 ①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②도입 이유에 맞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③임금 삭감 정도 및 이를 수긍할 만한 조치가 있는지로 볼 수 있는데,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로 임금피크제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 목적도 있는데 임금피크제 시행 후 신규채용 규모가 확대된 점,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확보한 재원을 신규채용 인건비로 충당 후 잔여재원을 임금인상에 투입한 점을 언급한 것은 시사점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21. 11. 19. 선고 2020나2028045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대상판결이 선고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임금피크제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광고가 게재될 정도로 기획소송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에서는 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은 대상판결로 인하여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한편, 임금피크제는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 제도와 연계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 제도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간헐적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상시적으로 운영되기도 하는데, 일정 근속이상 또는 일정 연령 이상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퇴직을 하는 제도다. 이때 기준이 되는 연령은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임금피크제에 진입하여 감액된 임금을 받는 대신 상당한 수준의 위로금을 일시금으로 받고 퇴직을 선택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로 '임금피크제=무효'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임금피크제가 무효라서 임금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을 선택할 유인이 현저히 낮아진다. 이에 간헐적 또는 상시적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 제도를 통하여 적정 인력의 유지 또는 신규 고용 증대라는 정책을 펴왔던 회사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고, 당장 올해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을 실시해야 하는지,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만약 임금피크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소송이나 임금체불 진정이 '밑져야 본전'식으로 제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비록 정년고정형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안전지대라고 단정할 수 없고, 정년 연장 여부를 불문하고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향후 기획소송, 임금체불 진정, 노사관계 경색 등 여러가지 위험 내지 부담에 처하게 되었다. 더불어 임금피크제를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과 연계하여 운용 중인 회사에서는 인력 운영 면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기업들로서는 대상판결을 기초로 회사 제도를 면밀히 분석·점검한 후 향후 대응 방향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고,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