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전통 에너지와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동시에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전통에너지와 친환경에너지 할 것 없이 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고공행진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에너지 관련 ETF들이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전통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등이 담긴 대(對) 러시아 6차 제재안에 최종 합의했다. 올해 말까지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 90%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31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9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 제재 움직임에 미국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업체들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천연가스 생산 업체 EQT코퍼레이션, 사우스웨스턴에너지 등 미국 에너지 생산 기업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 ETF'는 지난 2주간 21.9% 올랐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들이 상승세에 올라탔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의 상대적 매력은 더 커졌다.
EU는 지난 18일 ‘리파워EU’로 명명한 에너지 안보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을 끊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2100억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태양광 산업은 중국에 관련 산업이 몰려 있다. 'SOL차이나태양광CSI ETF'가 가장 먼저 상승세에 올라탄 배경이다. 중국 태양광산업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중국본토 A주식 50개 이하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수를 추종한다. 지난 2주간 상승세는 11.13%에 달했다.
국내 친환경 관련주의 상승폭도 컸다. 최근 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 OCI 등 태양광 관련주가 급등한 데 이어 31일 씨에스윈드(5.34%), 씨에스베어링(20.34%), 유니슨(15.49%) 등 풍력 관련주도 급등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럽의 정책으로 절대 시장 규모는 태양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고, 기존 시장 규모 대비 성장폭은 해상 풍력 발전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친환경 관련주의 상승세에 'TIGER Fn신재생에너지 ETF'는 지난 2주간 14.76%가 올랐다. OCI LS 한화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씨에스윈드 등 태양광, 풍력 발전 관련 기업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같은 기간 'HANARO Fn친환경에너지'는 11.66% 올랐다. TIGER 상품과 비교해 2차 전지 관련주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한화솔루션 씨에스윈드를 가장 많은 비중으로 담고 있지만 3~5위 종목은 삼성SDI 천보 피엔티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