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수상소감에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눈물을 흘렸다.
28일(현지시각) 제7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시상대에 오른 박 감독은 "코비드(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린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그는 "영화도 극장의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 극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켜내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때 카메라엔 객석에 앉아 있는 고레에다 감독이 잡혔다. 그는 흰색 손수건을 들고 눈물을 훔치듯 눈과 턱을 닦았다. 박 감독이 코로나로 영화 제작이나 상영이 어려웠다는 점을 회상하자, 일본의 거장 감독도 공감하며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보인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상식이 열리기 전 박 감독과 함께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데 대해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게 흥미롭고 재밌겠지만 사실 창작자들은 그런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영화제에 아시아 영화가 초청되는 것이 제한적이라, 상을 받으면 서로 기뻐하고 무대 뒤에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엔 중국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의 첫 한국영화 연출작으로,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활동명 아이유)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다.
박 감독은 시상식이 끝난 후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1960∼7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봤는데, 한국이 중심이 돼서 이런 식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