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작으로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사진)가 쓴 《모래의 무덤》이 선정됐다.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수상은 불발됐다.
부커재단은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2022년 부커상 시상식’을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모래의 무덤》은 인도 북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남편의 죽음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진 80세 여성이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난 여정을 다룬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진지한 주제에도 기탄잘리 슈리의 가벼운 터치와 풍부한 말투가 작품을 재미있고 독창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17년 역사에서 힌디어 책이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정 작가의 수상은 불발됐지만, 한국 장르문학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주토끼》는 호러, 판타지, SF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이야기 10편을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정 작가는 시상식 직후 “운 좋게 제가 조명받았을 뿐 한국 장르문학이 이렇게 (조명)될 기반은 이미 갖추고 있었다”며 “순수 문학 작가들이 SF, 호러, 추리 등 장르문학 기법을 사용한 것은 오래된 일이라 이젠 구분할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부커상 1차 후보에는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도 올랐다. 두 작품은 모두 안톤 허(본명 허정범)가 영어로 옮겼다. 한국인 번역가가 두 작품이나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작을 낸 것도, 최종 후보까지 오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허 번역가는 “앞으로 번역가가 인정받는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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