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학회·컨퍼런스 이벤트를 앞두고 제약·바이오섹터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년만에 대면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데 따라 기술수출 낭보와 같은 호재를 기대하는 것이다. 다만 최근 바이오섹터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날 조짐이 나타나자 공매도 거래가 덩달아 활발해진 점은 부담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3.1% 올라 3006.90으로 27일 거래를 마쳤다. 단기 저점인 지난 16일의 종가 2826.07과 비교하면 9거래일만에 6.4%가 상승한 수준이다.
항암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이 호재성 소식을 전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고, 이후 다음달 3~7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로 관심이 모이고 있다.
ASCO는 지난 3월 개최된 미국암학회(AACR)과 함께 미국의 양대 암 관련 학회로 꼽힌다. 암 자체나 초기 개발 단계 수준의 치료법을 주로 논의하는 AACR과 비교해 ASCO는 암 치료법에 초점이 맞춰진 학회이기에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적합하다.
올해 ASCO에서는 유한양행, HLB, 엔케이맥스, 메드팩토, 엔지켐생명과학, 네오이뮨텍, 지니너스 등이 그 동안의 연구·개발(R&D)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ASCO에 바로 이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산업 박람회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가 다음달 13~16일 개최된다. 이 행사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부스를 구성하고 홍보에 나선다.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한 롯데그룹도 부스를 차려 글로벌 바이오업계에 데뷔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9월 유럽종양학회(ESMO), 11월 미국면역암학회(SITC), 12월 미국혈액학회(ASH) 등이 예정돼 있다.
매년 열리는 학회 이벤트이지만, 올해 더 주목받는 이유는 2년만에 대면 개최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돼 한국 기업들이 임상 결과를 발표한 뒤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모색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만 학회 이벤트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은 보수적이다. 과거 한국 바이오기업이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시고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긴 사례가 이어진 탓이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학회가 대면으로 개최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임상 데이터 발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큰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하반기에 예정된 몇 가지 핵심 임상 및 R&D 이벤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바이오텍 전체 센티먼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발표될 파이프라인의 수는 22개 이상으로, 다수의 1/2상과 2상의 임상 데이터 발표가 대기 중”이라며 “진정한 데이터 옥석가리기로 가는 길목”이라고 설명했다.
학회 이벤트에서 주목할 만한 임상 결과가 나와도 공매도가 주가 상승을 억누를 수 있다. 특정 바이오 종목의 호재로 주가가 상승하면 공매도 거래가 덩달아 급증하는 일은 최근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HLB는 미국에서 간암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의 임상 3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가 모두 충족됐다는 소식을 지난 12일 전한 뒤 급등세를 탔다. 하지만 그 전까지 많아야 하루 10만주 내외이던 공매도 거래량이 12일과 13일에는 각각 33만5589주와 34만5783주로 급증했다.
엘앤씨바이오도 인체조직 기반의 무릎 관절염 치료 의료기기의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을 확인헀다는 소식을 지난 19일 전하자, 당일에만 6만8922주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들어 엘앤씨바이오에 대한 하루 공매도 거래량은 3만주를 넘긴 적이 없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