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6일 15: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전력의 자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사상 최대 적자가 예상되는 등 한전의 재무구조에 대한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P는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자체 신용등급은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회사 자체의 신용도를 매긴 것이다. S&P의 투자적격 등급은 'AAA'부터 'BBB-'까지 총 10단계로 구성돼 있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한전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 수준까지 강등됐다는 뜻이다.
S&P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 영업비용이 커지면서 대규모 적자가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탓이다. 2020년 12월 연료비에 따라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 이후 조정단가가 인상된 건 지난해 4분기(㎾h 당 3원 증가) 한 차례에 그쳤다. 이 추세라면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른 설비투자 부담이 커지는 것도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S&P는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설비투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전의 차입금 급증으로 이자 비용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한전이 내놓고 있는 자구책 등도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S&P는 내다봤다. 앞서 한전은 연료비를 절감하고 자산을 매각해 6조원 이상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전의 전력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전격 도입하기도 했다. S&P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한전의 장·단기 신용등급은 정부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AA’와 ‘A-1+’로 유지했다. 정부 신용도와 같은 수준이다.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에 해당하지만 정부 울타리 안에 있는 공기업인 덕택에 우량등급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P는 “한전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하면 정부가 특별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almost certain)하다”며 “한전의 유동성 압박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