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스리랑카의 물가가 30% 넘게 오르는 등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중앙은행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8% 급등했다. 스리랑카의 월 소비자 물가는 2월 17.5%, 3월 21.5% 등 최근 7개월 연속 종전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폭등하는 상황이다.
스리랑카의 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이날 스리랑카 국영 실론석유공사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20∼24%, 35∼38%씩 추가 인상했다. 주유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병원에서는 의약품이 떨어져 수술이나 치료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의사 로샨 아마라퉁가는 전날 로이터통신에 "상황이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며 "의약품이 없어 일부 환자는 사실상 사형선고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차나 위제세케라 전력·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가 권장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재정 정책까지 실패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달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지난 18일부터는 기한 내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전국 곳곳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지난 9∼10일에는 격렬한 시위와 폭동이 발생해 9명 이상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다만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가 최근 물러나고 야권 지도자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새롭게 임명되면서 정국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