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중국 정부가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자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이후 정책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中 자산 내다 파는 투자자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위안화 표시 금융자산 규모는 올해 들어 첫 3개월 동안 1조위안(약 180조원) 줄어들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행진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외국인은 올해 2월 803억위안어치의 중국 채권을 순매도했다. 중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월간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홍콩과 뉴욕에 상장된 중국 주식에서도 지난 1년여간 2조달러(약 2530조원)가 빠져나갔다. 이들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들이 중국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약 4.3%에서 지난 3월 4%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중국 투자 자본 유출 규모가 지난해 1290억달러에서 올해 300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들도 줄줄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10억달러 규모의 뮤추얼펀드를 출시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9일 중국 주식에 대한 6~12개월 전망을 ‘완만한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커지는 정책 리스크
중국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주된 이유는 정책 리스크다. 산업 전반에 타격을 가하는 고강도 봉쇄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리서치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셔링은 “시 주석이 고수하는 봉쇄 정책 탓에 투자자들이 중국과 관련된 자산을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유리존캐피털아시아의 션 데보우 매니저도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후순위로 미뤘을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가을 예정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중국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이 연임에 성공하면 봉쇄 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대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당대회 준비 과정의 일부”라며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실용주의자들이 정책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3연임이 결정된 이후 정책 리스크가 오히려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시 주석이 지난 2년간 중국을 이끌어온 방식을 감안할 때 미래 정책들은 더 이념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 규제, 사교육 철폐 등 각종 규제 정책이 수년간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