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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부인할건데 뭐하러 조사하나"…간 큰 대장동 피고인들, 왜?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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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18일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 기일이 진행됐는데요. 이날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추가 구속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며 위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일반 상식으로는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피고인이 수사기관인 검찰 앞에서 저렇게 행동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피고인들은 왜 저런 태도를 보인 것일까요?
검사 작성 '피신조서'...법정서 부인하면 증거 제출 불가능

이 발언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 312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에 대한 법안입니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말 그대로 피고인들을 조사하고, 해당 내용을 조서로 작성해서 사건의 기초사실이 되는 문건입니다.

기존 형송법 312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강압 등에 의해 거짓으로 작성된 것이 아닌 이상,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꾸준히 '인권 침해 수사'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껴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진술을 하더라도 재판에서 이를 바로잡기 쉽지 않았다는거죠. 이에 "단어 하나 잘못 말했다가 '유죄'가 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올해 새롭게 기소된 사건부터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인정할때만 검사 작성 피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게 법안이 개정이 됐습니다. 즉,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거죠.
개정 형송법 312조의 부작용 '재판지연'
검사 작성 피신조서 전체를 부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경우 법정에서 조사에 가까운 피고인 신문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만큼 법정 신문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고, 결론이 날 때 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리게 되죠. '재판 지연' 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 사건서 재판 지연은 피고인에게 유리합니다. 검찰 측도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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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난여론이 가라 앉는다고 법정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안난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가깝게는 개발이익 환수 등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피해회복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현재 대장동 관련 사건이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에서 매주 3~4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그만큼 검찰·재판부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겠죠. 이에 따라 다른 사건 진행이 늦춰지는 '무형의 피해'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고된 장면...뾰족한 대안 없이 맞이한 개정안

인권을 위해 도입한 개정안을 대장동 피고인들이 '악용'하고 있는 모습. 사실 이는 법조계에서 이미 예고된 장면이기도 합니다.

올해 개정안 도입을 앞두고 법조계 많은 인사들은 피고인들이 재판지연을 이용할 수 있다고 예고했죠.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진술증거의 의존도가 높은 사기사건이나 공범이 많은 사건, 뇌물 등 권력형 범죄의 재판은 심각한 지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검찰청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조사자 증언제도나 진술 당시 영상녹화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증거들은 재판부의 재량에 의해서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법원에선 위와 같은 대응 도입에 ‘준비가 안됐다’, ‘의미가 없다’는 등의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로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죠.

형송법 312조 개정안은 '인권 수사'를 위한 법안이지만, 동시에 악용을 막을 수 있는 다른 '입법적 대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야 재판 지연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 이를 악용하는 피고인들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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