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원전 유턴’ 정책에 대해 관련 업계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한경 보도(5월 18일자 A1, 3면)다. 새 정부 들어 재앙과도 같았던 탈원전 시대가 끝나고, 회생의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정책 추진 속도가 너무 느려 실망스럽다는 볼멘소리들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새 정부의 ‘원전 유턴’ 관련 내용은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 확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신한울 3·4호기 조기 착공 △노후 원전 10기 수명 연장 등이다.
이 중 가장 급한 게 신한울 3·4호기 착공이다. 원전업계는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공식화 이후 매출 감소 등으로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최악의 5년을 보냈다. 새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조기 착공으로 원전 생태계 복구와 수출 확대의 계기를 마련해주길 고대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공개한 착공 시기는 일러야 2025년이다. 환경영향평가와 사업승인 등 법적 절차를 밟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파산 직전인데 3년을 더 기다리라는 말이냐” “다 죽고 나서 원전 유턴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정책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복잡다단한 행정 절차를 이유로 들지만,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이전에 받았던 환경영향평가 결과로 갈음하거나, 바로 옆 신한울 1·2호기의 사후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대신 인용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정부 내에 만연한 ‘탈원전 트라우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전·현직 고위 공무원 6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법과 규정을 공격적으로 해석해가며 정책을 밀어붙이는 공무원의 씨가 말랐다는 설명이 구차한 변명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원전 생태계 복원뿐 아니라 국제 경쟁력 강화,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 정상화 차원에서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을 보장하고, 결과에 대해 면책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야당을 설득하는 일도 챙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현장과의 소통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원전 유턴을 한다면서 “새 정부도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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