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양극재 생산업체인 엘앤에프와 셀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의 생산량 증가로 실적 추정치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두 업체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한국 내 2차전지 관련주는 물론이고 중국·유럽 주요 업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보다 이들 회사의 빠른 성장성과 차별화된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17일 오후 1시 45분 현재 2.46% 오른 23만7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3월 15일 이후 지난 16일까지 37.27% 뛰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도 11.40%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0.95% 하락하는 데 그쳤다.
탄탄한 실적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536억원, 5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3.5% 웃돌았다. 영업이익률은 9.6%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58.0% 상회한 깜짝 실적을 냈다.
다른 2차전지 관련주와 비교해도 실적 개선세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포스코케미칼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은 컨센서스를 밑도는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주요 2차전지 업체 가운데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율이 20%를 넘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과 엘앤에프, SK이노베이션뿐이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27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두 업체만 대형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엘앤에프가 깜짝 실적을 낸 배경에는 테슬라가 있다. 엘앤에프가 만드는 2차전지 양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을 거쳐 테슬라로 공급된다. 테슬라의 올해 차량 생산량은 전년 대비 61% 늘어난 150만 대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지만 국내 업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의 베를린·텍사스 공장에 원통형 전지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돼 국내 관련 업체의 이익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성장주인 2차전지 관련주 가운데서도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고 있다. 엘앤에프와 LG에너지솔루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53.8배, 85.4배다. 다른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46.4배)과 셀 업체 삼성SDI(23.3배)보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테슬라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속한 두 기업을 유망 종목으로 꼽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2차전지 관련주가 모두 좋은 흐름을 보였다면 이제 고객사가 누구인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차별적 사업 구조와 높은 생산성을 가진 테슬라 밸류체인에 속한 셀·소재 업체의 성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보다는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가 유망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테슬라가 자체 생산하는 4680 배터리에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직접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레드우드와의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3~4곳의 고객사와 논의도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이 남아있다. 오는 7월에 약 996만 주의 6개월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풀릴 예정이다.
엘앤에프를 향한 증권가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 16일과 17일 엘앤에프 보고서를 발표한 11개 증권사가 일제히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메리츠증권(43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와 내년 엘앤에프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각각 140%, 57% 상향 조정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